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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현안 및 지역문화 시리즈 ⑤ - 포항시를 통해 본 제철산업의 현주소 ‘포항제철을 가다’]

삶의 터전 지키기, 지역주민들의 역할 중요 김기연l승인2007.11.05 00:00l(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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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경.  
 

현대제철의 명과 암, 포항제철의 명과 암
 지난 2년간 당진군을 뜨겁게 달궜던 의제였던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 약 5조원이 투입되는 이 거대한 사업이 지난해 10월30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송산지방산업단지 연관단지 지정 승인까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진군에는 ‘현대제철 효과’라고 불러도 좋을만큼의 기업입주 러시, 인구유입 등의 눈에 보이는 변화가 당장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당진군은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을 토대로 내년도 당진시승격이 이뤄진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지역 일각에서는 현대제철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에 뒤이어 나타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제철도시’를 경험해온 포항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북 제1의 도시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국내에서 최초로 건설된 ‘고로제철소’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 재직 당시 정부 차원의 투자로 시작돼 1981년 완공됐다. 포항제철소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인 광양제철소와 달리 선진철강업체와 경쟁한다는 취지 아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600만톤의 광양제철소에 비해 약간 적은 1200만톤 규모다.
 포항제철소에는 4기의 고로설비와 파이넥스 설비 2기가 가동되고 있다. 약 270여만평의 대지 위에 지어진 공장에는 현재 9천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특징은 열연·냉연 뿐만 아니라 피아노 선이나 못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선재, 모터를 만들 수 있는 전기강판, 스테인레스 등의 다양한 제품을 조금씩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의 인구는 51만명으로 경상북도내 제1의 도시다.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고 인구유입이 급속히 이뤄진데다 1995년 인근 영일군을 흡수하면서 인구면이나 시 규모면에서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포항제철소가 매년 포항시에 내는 세금은 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광양제철소와 마찬가지로 최근 철강경기의 호황으로 매출이 늘어 포항시의 세수입도 같이 늘었다고. 그 외에도 각종 지원사업, 장학금, 지역내 행사에 대한 재정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에 전달되는 돈이 약 천억원 가량에 이른다고 말했다. 올해 포항시의 재정규모는 6291억원. 이 중 지방세수입이 1920억원 가량이다. 포항제철소가 내는 법인세 이외에 포항제철소의 근무인원들이 내는 주민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이 이 지방세 수입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철강경기의 호황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세수입 상승을 가져왔다.

제철소 입주 전부터 주민의견 개진해야
광양에서는 연관단지 포함한 협약 체결



“이미 기업이 들어온 상태는 늦는다. 기업입주 단계에서 주민들이 최대한 단합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확보해야 한다.”
- 김상률 전 위원장 -

철강산업 사양화 대비해야
 철강산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머지 않아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방분권운동포항본부와 포항시가 지난 2004년 주최한 ‘지속가능한 철강산업을 위한 노/사/공/시민 대토론회’에서는 포스코 관계자와 지역주민, 그리고 포항민주노총·한국노총과 경북동부경영자협회도 참여해 철강산업의 위기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철강산업 환경변화와 철강사 대응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한 스틸앤스틸 서정헌 박사는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포스코 중심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와 정부의 건설 철강수요산업에 대한 강력한 시장정책으로 경쟁력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중국의 빠른 부상과 일본의 강한 경쟁력으로 한국 철강산업 사양화가 멀리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양화에 대비해 “정부는 시장에 공정한 경쟁의 틀을, 지역사회는 고용창출을 위한 대체산업 유치노력을 해야 한다”며 “기업은 사양화에 대비한 과감한 투자와 철강산업내 다각화를 추진해야 하며 노조도 노동의 질을 높여 사양화 속도를 완화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대 염미경 교수는 신일본제철소과 유에스스틸의 현지조사를 토대로 ‘철강산업재구조화와 노조의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염 교수는 “피츠버그는 철강업 사양화로 한 도시가 귀신이 나올 정도로 폐허가 된 지역인데 노조 배제전략을 써온 미국도 노사협력으로 산업재조직화한 일본 모델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선진사회의 모습을 교훈삼아 우리도 사양화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고 노-사-공 민관 협력체제를 구축해 산업재구조화를 추동할 것”을 주문했다.
 본지의 전 취재부장으로 일하며 현대제철에 대해 많은 보도를 해온 민주노동당 당진군위원회의 유종준 정책위원장은 “세계 철강산업의 활황을 이끌고 있는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철강산업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며 구조조정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철강산업의 위기를 거론하기도 했다. 유종준 정책위원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쟁력 확보에는 고로제철소가 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치열해진 철강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현대제철은 미래형 자동차 강판 등을 미래형 재료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기업입주부터 감시 철저히”
 제철소가 지역에 가져다주는 혜택이 엄청나지만 그 혜택만큼 제철소 인근의 주민들의 삶은 엉망이 된다. 포스코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마주보고 있는 포항시 해도2동 주민들로 구성된 포스코공해피해보상추진위원회의 김상율 전 위원장은 “포스코가 들어설 때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명분 때문에 주민들은 제철소를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며 “덕분에 주민들의 삶은 엉망이 되고 토착민들은 고향을 떠나 공해피해가 없는 곳으로 쫓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율 위원장은 “이미 포스코의 잘못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는 틀렸다”며 암담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상율 위원장은 당진에 입주한다는 현대제철의 고로제철소가 들어설 때는 당진에서는 반드시 포항의 사례를 참고하자고 조언했다. 우선 제철소에 대한 환경·교통영향평가는 물론 정밀역학조사를 철저히 해 피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는 절대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김상율 위원장은 “포스코의 경우는 적어도 5㎞ 이상은 떨어져서 사람이 살아야 한다”며 “해당 지역을 자연녹지로 묶어 공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제철소가 워낙 거대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에 행정기관이 장단을 맞춰주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상율 전 위원장은 국가기록보관소를 열흘 동안 뒤져서 찾아낸 1974년 포항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자료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회의록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주민들의 피해를 의식하고 제철소 주변을 자연녹지로 묶으려고 했으나 포스코측에서 해도2동 직원주거지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도시계획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해 자연녹지 지정이 취소됐다”며 “행정기관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삶을 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수입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이 기업활동의 지원의 단계를 넘어선, 지역주민의 삶과 기업이윤 사이에서 기업이윤을 택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

광양 주민피해 인정 후 협의체 구성
 얼마전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지역주민들이 광양제철소로 인해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인정하고 환경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소식은 당진군에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지난 6월 포스코와 광양 태인동주민대책위원회는 태인동 환경개선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서에 따르면 포스코와 주민대책위원회는 각각 5명과 6명씩 위원을 추천해 이들이 태인동 환경개선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기로 한 것. 이 협약서에 따라 포스코는 태인동내 마을버스 운행을 지원하고 목욕탕을 신축해 태인동에 기증하는 등 환경개선사업을 하기로 했다. 또한 태인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매년 단계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 과양에서의 협약체결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기업이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포스코만이 아닌 연관단지 내의 기업까지 환경개선에 합의했다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김상율 전 위원장은 “협약 내용에 따라 포스코와 연관단지의 99개 기업 등 100개 기업이 매년 6억원의 비용을 출연해 태인동 환경개선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염물질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연관단지까지 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에서는 포스코에서 이어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오염물질 배출이 포스코에 이어 서열 2위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그동안 환경개선에는 무관심해왔던 것이 사실. 김상율 전 위원장은 “연관단지 중 해도2동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기업은 현대제철 뿐”이라며 “오염물질 배출 정도가 너무 심해 포스코 반대집회만큼 현대제철 반대집회도 많았다”고 말했다.



  취재수첩
환경감시협의체 반드시 구성해야

 김상율 전 위원장의 말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이미 기업이 들어와버리면 늦는다. 들어오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도2동 주민들은 이미 어느 정도 포스코의 환경피해에 무감각해진 듯했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환경피해에 노출되어 있어서 포기하고 사는 셈. 한 때 3만명이 넘었던 해도2동 인구는 이제 1만7천명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코가 들어오면서 맞닿아 있는 이 지역에 살던 포스코 직원들은 5-6km 떨어져 조성된 주거단지로 떠나버리고 고향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만 남은 것이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당하고도 어쩔 수 없었던 주민들. 암울했던 시기인 1970년대, ‘국가에서 하는 일이니까 그냥 참자’고 했을 것이다. 주민들은 이제 와서 후회하고 있었다. 포스코가 들어와 버린 지금 환경을 개선하는 데 너무나 힘이 든다고. 해도2동을 예전모습으로 만들려면 1조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당진, 나아가 송산이 제2의 해도2동이 돼서야 되겠는가. 주민들은 우선 한 목소리로 기업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협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주민 대표와 기업 대표, 행정기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먼저다.          


 


김기연  kykim@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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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시 해도동 주민들이 포스코 정문에서 환경피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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