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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지차체 갈등해법은 없는가]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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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에도 사회적 합의 의무화”
30년이 넘게 걸린 네덜란드 고속철도 건설사업

당진군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지역공동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지난 10월 지자체갈등 원인 진단과 대안마련을 위한 특별기획 ‘폭증하는 지자체 갈등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해외 갈등조정 관련 공동기획취재에 참가했다. 당시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의 활주로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조정준비모임부터 조정의 최종 완결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 이들의 갈등해결 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사회에 갈등 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3번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 로테르담을 거쳐 벨기에와 파리까지 이어지는 범유럽의 고속철 네트워크에 편입되게 되는 고속철도(Dutch High Speed Line, HSL-Zuid)를 오는 연말이면 개통할 예정에 있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비로소 네덜란드가 Trans-European Network(유럽교통망)의 한 축으로 등장하게 된다.
1970년대에 네덜란드정부가 계획했던 이 사업은 1973년 발표 당시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 등 각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1991년에야 다시 추진되었다. 사업을 재추진한 네덜란드 정부는 경제적, 시간적 타당성 검토는 물론 PKB (주민참여 절차)와 관련법에 의해 의무화 되어있는 참여 과정을 통해 고속철도사업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기타 이해관계자 및 집단의 의견을 수렴했다.
최초 논의 시작에서 완공시점까지 무려 30년이 넘게 걸리게 된 이 고속철도 사업은 경유지 선정 등을 둘러싼 수많은 반대와 이견으로 인한 여러 합의과정과 설계수정으로 인해 정부가 9억8500만 유로라는 엄청난 돈을 예비비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이기도 했다.
네덜란드 고속철도회사 홍보담당 프레드씨는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예산이나 돈이 추가로 소요된다. 주민 등 다양한 의견을 먼저 듣고 공사를 한다. 처음 예산을 설정할 때 잠재적인 요소를 감안해 19% 정도 더 책정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1991년 ‘HSL PKB’ 발표 이후 시민과 전문가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3년 뒤인 1994년 3월 내용을 수정·보완한 KPD를 다시 발표했다.
1991년에 발표한 내용과 가장 달랐던 점은 그 당시 큰 반대에 부딪혔던 로테르담 남부로 지나가던 노선을 북부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기존의 철로를 이용하는 문제’는 수정안에서도 반영되지 않고 내각은 처음 의도대로 고속철을 위한 새로운 선로를 건설하는 방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1994년 3월부터 12주 동안 행해진 주민 의견수렴과정에서 시민들은 간단한 메모에서 구체적 대안, 기술적 조언, 심지어는 염소 한 마리에 관한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의견(23개 보고서를 동반한 6개 기록)을 제시했다. 총 1317개의 의견과 서명으로 참여한 사람의 수만 2만340명에 이르렀다. 당시 의견 중 고속철의 ‘흐룬하트’ 통과가 이 장소의 생태와 경관적 가치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라며 이 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직접 관련이 없는 타 지역민들까지 여러 그룹의 반대가 심했다.
정부의 주무장관은 흐룬하트 지역 내 지하터널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만일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오직 경관을 위해서이다 (purely because of the landscape)” 라고 말할 정도였다.
정부는 반대의견을 받아들여 무려 10㎞에 이르는 이 구간을 지하터널로 변경했다. 공사비가 세배 이상 증액됐다. 남부 고속철 전체 100㎞ 구간 가운데 땅위 10㎞, 다리 및 터널 55㎞, 콘크리트 구조물 35㎞ 등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됐다. 지하터널에 대한 내부합의가 이루어 진 후 1996년 5월 비로소 계획이 하원으로 넘겨졌고 97년 11월 상하원 승인을 받아 최종 노선이 공개됐다. 최종 노선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상원 의회에 의견을 개진했다. 6주간 진행된 의견수렴 결과 모두 207건의 반대 의견이 접수돼 이 가운데 22건이 반영됐다. 정부는 이들 의견을 분석·보완·수정 노선이 통과하는 지자체, 시민들과 참여과정을 거쳐 노선의 상세설계를 수정·보완해 이를 바탕으로 2000년 4월 드디어 착공, 7년만인 올해 10월 완공했다.
네덜란드의 고속철도사업은 비록 91년 이후 16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고 공사비도 19%가 증가했지만 참여제도를 통해 정부와 시민간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성과를 인정받는다. 이들은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수많은 의견을 수렴했지만 고속철도를 짓지 않는 것보다는 의견을 수렴해서 건설하는 게 낫다며 공동체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네덜란드 고속철도 사업 진행과정

1973년: 고속철도(high speed line-이하 HSL)에 관해 처음 논의 시작됨.

1979년: 국가의 전반적 이동 및 도로망 구축 스케줄 안에서 HSL 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함.

1983년: 네덜란드 정부가 ‘1990년대 네덜란드의 교통과 운수에 관한 국가계획(The National Plan on Traffic and Transport(NVVP)) of 1990’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PKB속에 남부고속철(HSL-Zuid)의 내용이 포함됨.

80년대 말: 내각 안에서 고속철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됨. 콕(Kok)총리 내각의 연정합의각서 내에 남부고속철(HSL-Zuid)의 내용이 마침내 포함됨.

1991~1997년: PKB- HSL 진행됨(사회합의와 내각 내 합의 등 이루어짐).

1996년: 하원(Tweede Kamer)에서 HSL-Zuid 건설 승인하고 건설 준비 시작됨.

1999년~2000년: 입찰 및 착공
2007년: 완공 및 개통 예정

네덜란드 PKB의 구성 및 절차

PKB1: 내각이 사업의 초안을 공표하고 최대 12주 동안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진다. 그 후 다시 최대 12주 동안 지방정부와 시정부, 수자원국의 조사와 내각에 대한 자문이 진행되는데 이때 주택공간계획 및 환경부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다.

PKB2: PKB 1에서 이루어진 참여과정을 통해 도출된 의견들이 단순 나열을 넘어 다양한 관점, 의견, 자문, 조언들을 통합해 정리된다.

PKB3: 내각이 이제까지의 결과물을 정리, 수정안을 만들어 앞 단계에서 이루어진 조사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최대 9개월 이내에 하원으로 전달한다. 하원이 PKB를 승인한 후 내각은 하원의 논의와 수정을 거친 계획안을 상원에 제출하며 상원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PKB는 자동으로 승인된다.

PKB4: 상원에 의해 승인된 PKB가 PKB 4를 이룬다. PKB는 이때 다시 대중에 공개되며 시민들은 의견개진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는 PKB 1에서 이루어지는 참여와는 약간 성격이 다른 것으로 의견개진은 반드시 Raad van State(Board of State-일종의 재판정)에 이의제기를 접수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후 네덜란드 정부 관보 (Dutch Government Gazette)에 PKB가 게재되는 시점으로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시정부와 지방정부는 각자의 지역을 위한 최종계획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이는 반드시 PKB의 정책범위 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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