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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교사일기 130]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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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집에 보내주셔요!” “왜, 어디 아프니?” “머리도 아프고 앞이 안보여요!” 수능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한 여학생이 4교시 이후 교무실로 찾아와 대화한 내용이다. 눈에는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어디가 아프다기보다는 수능을 앞두고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조퇴를 신청했다 싶어 어머니께는 전화를 드릴 테니 이번 시험에 큰 걱정하지 말고 노력한 대로 열심히 시험을 치르도록 잘 타일러 교실로 보냈었다.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학생이 엄청난 시험부담을 느끼고 있으므로 따뜻한 위로를 해주시도록 간청을 드렸다.
 주말 자율 학습 때마다 도서관에 모여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전을 찾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없다. 전자사전과 휴대폰으로 영어 단어를 찾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공부를 기대할 수 있을까? 너무들 쉽게 공부하려 한다. 나는 자율학습 전에 아이들에게 선언한다. 엉뚱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혼내겠다고! 학교 도서관에서 떠들고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면 열심히 공부하는 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3년간 자녀가 열심히 도서관을 이용했음에도 수능 결과에 크게 실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성경에 보면 사도 바울의 고백이 나온다. 내가 믿고 행동하려는 의도와 그와는 다른 행동으로 번민하는 장면은 현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학생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상에 앉아있게 되면 어느새 잠이 몰려오고 책속에 다른 얼굴들이 오버랩된다. 집중이 안되는 때문이다.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이렇게 해서는 백날 공부해도 자리만 차지한 것이니 스스로도 속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수능시험이 끝나면 결과에 대한 허탈,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후회로 잠못 이루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이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음은 젊음이 주는 특권이다.
 명심할 것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한 시험들이 인생가도에는 많이 놓여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시련을 거울삼아 더욱 노력한다면 보다 나은 자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니 과연 전화위복, 인생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수능을 끝낸 모든 수험생과 가족들 그리고 지도교사에게 수고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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