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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지자체 갈등, 해법은 없는가②] 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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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의 갈등조정, 주민의 불만까지 해결하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사례

당진군의 급속한 발전의 이면에서 지역공동체가 적지 않은 상처를 입고 있다.?惻?10월 지자체갈등 원인 진단과 대안마련을 위한 특별기획 ‘폭증하는 지자체 갈등,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해외 갈등조정 관련 공동기획취재에 참가했다. 당시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의 활주로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조정준비모임부터 조정의 최종 완결까지 7년이 넘게 걸렸다. 이들의 갈등해결 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사회에 일어나는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3번에 걸쳐 연재한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갈등은 조정준비모임부터 조정의 최종 완결까지 7년이 넘게 걸렸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정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비교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통 우리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끈기있는 대화와 상호이해라는 ‘조정’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권력과 집단행동 등 물리력을 앞세우다 갈등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행정이나 개발을 주도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소요되는 주민과의 합의절차 대신 성급한 해결방안을 찾기 쉽고 주민들은 먼저 이해해주다가 결국 손해를 보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사례를 통해 이러한 관행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유럽 중앙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면적 8만3855㎢, 인구 818만명(2003)의 국가로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의 체제전환과 함께 서구 자본주의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그 경제적 성과가 중요해지고 있었다.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항공승객과 물동량이 매년 6%씩 증가해 늦어도 2015년에는 새로운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빈 공항측은 1998년 제3활주로 건설을 포함하는 ‘빈공항 확장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항공기 소음공해에 시달리던 지역주민들은 제3활주로의 건설로 항공소음을 악화시키고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활주로 건설을 반대했다. 공항대표자들은 경제적 타당성과 항공기 소음저감을 위한 보완대책을 수립해 설득을 시도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오히려 더 커졌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자’선정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갈등 초기 몇 번의 모임을 가졌으나 협의에 실패하자 빈공항 주식회사측은 2000년 3월 제3의 조정자로 변호사인 토마스 프레더(Thomas Prader)를 위임했다.
조정자로 선임된 프레더를 중심으로 빈공항 주식회사, 인근지자체, 시민연대, 빈 및 니더외스터라이히주(州)정부 및 양 주의 환경보호청의 대표들로 준비모임을 결성하고 국제공모를 통해 그해 가을에 3명으로 이루어진 조정팀을 선정한다. 빈공항 주식회사측은 제3활주로 건설문제만이 아니라 현재의 항공기소음저감대책도 조정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활주로 신설반대자들에게 협상의 동기를 부여했다.

조정포럼의 구성과 조정협약 체결

이런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참여 그룹은 정당, 지역상공회의소, 지역노동자대표 등 관련 협회, 주말농장소유자연합 등 공항인접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 총 56개의 이해관계자집단이 참여했다.
이 그룹들의 대표들로 조정의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조정포럼(Mediationsforum)이 구성됐으며 공식적인 회의만 166회가 개최됐고 비공식적인 회의까지 합하면 500회 가까이 됐다.
조정포럼 구성 후 조정팀은 이해당사자그룹의 구조, 상호관계 그리고 조정의 정치적 지형을 이해하기 위해 조정협약체결 전까지 이해당사자들과 약 60회의 면담을 가졌다. 이런 ‘갈등분석’ 후에 조정절차의 설계가 이루어졌다.
모든 참여자들은 세 번의 조정포럼을 통해 조정의 대상, 참여당사자, 구조, 비용 등에 합의를 했고 2001년3월 모든 참여자들의 합의하에 조정협약을 체결했다.
조정의 시작 후 실질적인 작업은 각 ‘분과’에서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소음, 발전시나리오, 생태, 여론활동 등 4개의 분과가 있었고 필요에 따라 각 분과는 특정주제에 대해 작업반을 운영했다. 각분과는 분과에 해당되는 사안들에 대해 논의했으며 분과나 작업반에는 항상 주요 갈등당사자들이 같이 참여했다. 2001년 가을에는 시민연대, 빈공항 주식회사, 항공기관제회사, 지자체단체장, 두 주(州)정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했다. 프레더를 위원장으로 하는 이 기구는 개별 분과 및 작업반의 작업을 조정하고, 조정팀과 함께 조정절차를 매끄럽게 운영하는 역할을 하며 분과에서는 더욱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2002년 초반까지 조정작업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이뤄졌다. 우선 공항의 발전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영역들을 추려내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조정포럼에서만이 아니라 3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참여한 공청회를 통해서도 모아진 100여개의 개별 영역들은 지속가능발전의 세 축(생태, 경제, 사회)에 따라 분류했으며 각 쟁점영역별로 지표와 평가기준을 마련해 나갔다.
이들은 이러한 기준 및 가정에 기초해 현재 소음상황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미래의 시나리오별 평가를 통해 제3활주로의 건설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조정기간은 길어졌다.
조정포럼은 2002년 11월 다시 조정구조를 개편했다. 기존 분과의 규모(분과당 27~8명)를 12명 정도로 구성된 작업반으로 쟁점별로 구성했다. 또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 작업반의 설치 등 절차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운영위원회에 위임했다. 당시 구조개편의 목표는 2003년 봄에 당면소음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그해 가을까지 조정을 종결한다는 것이었다.
2003년 봄에는 현안대책분야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부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제3활주로 건설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돼 2003년 가을이라는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몇 번에 걸친 장시간의 토론을 통해 결국 2004년 여름, 대부분의 쟁점 분야(승객수에 따른 환경펀드의 조성, 소음감소를 위한 기술적인 방안, 허용소음기준 등)에서 기본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2005년 중반에는 마지막 난제였던 심야 이·착륙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내 2005년 6월 22일 마침내 조정의 최종안이 체결되기에 이른다.
취재팀이 방문한 10월18일 새벽에는 야간항공기 이착륙에 대한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졌다고 빈공항측은 밝혔다.
그동안의 조정안을 보면 2007년 이후 심야 이착륙횟수를 줄이고 특정방향의 심야 이착륙은 금지된다. 또 소음기준을 넘어서는 인근마을주민에게는 빈공항 주식회사가 주택방음개선을 위해 집집마다 기준치 이상의 방음 창문을 설치해줬다. 승객당 20센트의 환경기금을 설치해 이 중 75%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쓰이고 나머지 25%는 항공소음관련 연구에 사용하도록 했다. 이 환경기금의 사용에 대해서는 빈공항주식회사만이 아니라 지자체 및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결정하며 조정안의 이행을 감독하고 향후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빈공항 대화포럼(Dialogforum Flughafen Wien)'을 결성했다.
빈공항 갈등의 조정과정은 모든 공식회의(166회)의 회의록이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되었고 1년에 2~3회씩 총 10회의 뉴스레터를 통해 조정과정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의 갈등조정과정이 모범적이면서 합리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과 수많은 회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주민들이 대표들을 믿고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또한 이들은 대단한 끈기를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좁혀 나갔다. 7년간의 조정기간에 대해 우리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 이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조정기간에 소요된 시간보다 공동체의 공감대를 형성해 서로의 의견을 좁혀나갔다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당진군이 급속도로 개발되면서 행정과 주민간의 갈등,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개인이기주의가 발전의 이면에서 지역공동체에 적지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이런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구성원들간의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발전과 따뜻한 교류가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갈등조정을 위한 제3의 조정자 변호사 토마스 프레더 (Thomas Prader)
 “주부의 한마디를 대통령의 한마디처럼 들었다”

“옆집의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그 사람이 평소 싫어하는 사람이면 피아노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피아노를 치면 아름답게 들린다.”
갈등발생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프레더씨는 강조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프레더씨는 “처음에 굉장히 많은 토론을 했지만 서로 간에 믿음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아주 어려웠다”며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프레더씨는 “주부의 말 한마디를 공항의 대표자나 대통령의 말과 똑같은 비중으로 수용했다. 주부가 협상자리에 나와서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이번 협상에서 중요한 무게로 작용한다는 것을 느끼고 보다 중요한 의견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것이 갈등해소의 시작점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심각하게 의견을 들어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며 “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측이 만나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레더는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나눠줘서 갈등 당사자들이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한다”며 “그게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해소란 여러 분야의 조건을 가지고 서로 조정을 하면서 이해관계를 맞춰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개발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행정과 주민, 회사와 주민간의 갈등상황에 비춰본다면 모든 정보를 똑같이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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