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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2.17 00:00
  • 호수 690

72년만에 작품의 고향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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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선생 유골 안성에서 필경사로 이장 내년에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막식 가질 계획

▲ 아버지의 묘비에 서있는 심훈선생의 3남 심재호씨.

 독립운동가이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항일 저항시인인 심훈(1901-1936) 선생의 유골이 지난 5일 경기도 안성 산골자기에서 선생의 작품의 고향인 필경사로 돌아왔다. 이로써 심훈선생 생가가 있는 필경사는 역사적으로, 문학적으로 더욱 귀중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선생이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로 돌아오는데는 7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심훈선생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 또한 유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쓸쓸하게 진행됐다. 유골 이장을 추진한 심훈선생의 3남 심재호(72세, 재미교포)씨는 “심훈 선생이 국가 독립 유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따른 지원을 못할망정 충남도와 보훈청에서 이장에 따른 절차는 사후처리하도록 약속을 받았는데도 왜 지금 옮기냐는 등 비협조적으로 일관한 당진군의 처사가 못내 서운하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지역의 무관심 속에 진행된 심훈선생의 유골 이장은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 중앙지에서는 신속하고도 비중있게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심재호씨는 “필경사에 문학관이 지어지면 심훈성생 유고와 유물 천여 점을 기증하겠다”며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당진군의 성의있는 자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또한 내년에는 대대적으로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심훈선생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인터뷰 | 심훈선생의 3남 심재호씨
“심훈선생 유품 1천여점 기증하겠다”

 심재호씨는 심훈선생의 유골 이장을 위해 미국에서 들어와 한달간 머물다 지난 13일 출국했다. 출국하기 하루 전인 12일 필경사에서 만난 심재호씨는 심훈선생 문학관 건립 청사진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효석 소설가, 김영랑, 이육사 시인 등 많은 문학인들의 경우 유품 없이도 문학관을 지어 그분들의 작품과 정신을 기리고 있어요. 하지만 당진군에 심훈선생의 유고와 유품 1천여점을 기증할 테니 문학관을 지어 달라고 했는데 한화와 당진군에서 서로 떠넘길 뿐 구체적인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심훈선생의 셋째 아들인 심재호(72, 미국거주)씨는 당진군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재호씨는 “심훈선생 문학관은 심훈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사업으로 건립되어야 하는데 당진군에서 청사진도 없이 부곡·복운리 지역을 테크노폴리스단지로 개발하는 한화에 맡겨 놓고 있다”며 “한화는 공단개발에 필요한 법적인 의무조항 때문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일 뿐, 상록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당진군에서 계획서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호씨는 또한 심훈선생의 유물에 대해 “역사적 가치가 높아 일본 도쿄대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유고를 사겠다고 했으나 우리 민족의 유산이기 때문에 심훈 문학관이 지어지면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필경사에서 태어난 심훈선생의 3남 심재호씨는 아버지 심훈선생이 근무하던 동아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1975년 미국으로 이주, 일간 뉴욕을 발행하면서 이산가족 찾기운동을 전개했다.
 심재호씨는 10여년 전 워싱턴에 연수를 갔을 때 기자를 집으로 초청해 손수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다. 10년 후에 만난 그는 연로해 보였지만 아버지의 유고와 유품을 지역사회에 내놓겠다는 변함없는 의지는 역사와 전통의 소중함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의 무관심을 새삼 부끄럽게 만들었다.
 심재호씨는 <감옥에서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원본과 영화<먼동이 틀 때> 극본 <그날이 오면>의 일제 총독부 검열본 등 친필원고와 심훈선생의 유품 천여점을 모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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