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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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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 교사일기 136] 작은 손길이 살리고 있는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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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태안군에 진입하자 도로 곳곳에 붙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를 담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인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 바닷가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9시 30분경이었다. 46명의 학교직원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준비한 장화를 신고 노란 우비와 마스크 등으로 무장한 채 흡착 포와 기름방제용 수건 5장씩을 가지고 어디로 갈지 잠깐 망설이다가 나는 방파제로 내려갔다.
 방파제 겉면에 들러붙은 검은 기름자국을 지워보려 했지만 잘 지워지지 않았다. 방파제의 돌 틈을 들여다보니 꺼먼 타르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집어넣어 자갈들을 꺼내보니 기름으로 미끈거렸다. 준비해간 수건 위에 돌을 올려놓고 닦기 시작했다. 수건은 끈적끈적한 한 원유찌꺼기로 이내 새까매졌다. 그러자 자갈들은 본래의 색을 회복했고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두어 시간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자갈을 닦고 있다는 생각 대신 아이들의 때묻은 얼굴을 닦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준비해간 컵라면을 먹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옆에 있던 봉사자들에게 어디서 왔는지를 물었더니 한 사람은 대전에서, 또 다른 사람은 강원도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또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에게 우리와 비슷한 사태가 생겼을 경우에 나는 과연 이들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숙여졌다.
 계속된 오후 3시까지의 작업을 통해 나는 최선을 다해 오전 작업을 이어갔다. 방파제 안의 돌들을 하나라도 더 닦아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몸을 방파제에 밀착시킨 후 손을 깊숙이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손이 안 닿으면 머리를 깊숙이 안쪽으로 들여 넣어 꺼내고 또 꺼냈다. 자갈과 돌들을 꺼내고 생긴 또 다른 돌들의 뒷면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비록 몇 시간 안 된 봉사였지만 일을 끝내고 난 뒤 그곳에 모인 천 여명 이상 되는 자원봉사자들과 기름유출 사태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50만 이상의 자원봉사자들 속에 나도 함께 했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다. 12월7일 이후 이름 없이 참여하고 있는 수십만 인간 띠들의 방제노력은 기름범벅으로 죽어갔던 새들과 물고기들이 다시 찾는 푸른 바다로 회복되는 기적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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