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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 이돈구 당진신협 전무 - 추풍낙엽 펀드수익률, 멍드는 서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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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펀드로 떠났던 예금이 무서운 속도로 돌아오면서 신협의 정기예금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마도 불확실한 펀드 수익률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연 7.5%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정기예금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뒤늦게 깨달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예금이 증가하는 반가움보다는 근심 가득한 조합원들의 얼굴을 보면서 지난 해 펀드로 떠날 때 좀 더 강하게 말리지 못한 자책감과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증시가 대폭락의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자 펀드투자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국내외 펀드투자로 인한 손실액은 2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 펀드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도 원금손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증시 하락속도가 워낙 급격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분석전문가들까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 역력하다. 바닥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세계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 및 경기침체 우려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하락세의 증시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그 정도로는 경기를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미국의 금융 및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증시 전문가와 투자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 증시는 펀더멘탈이 튼튼하기 때문에 큰 문제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투자 운용사와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주식에 투자할 때라고 권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돈의 흐름이고 주식시황인데 무책임한 투자권유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와 올 초 급격히 늘어나는 펀드 투자자들의 급증하는 민원을 보더라도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와 상담직원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자세한 상품 설명 없이 판매했는지 알 수 있다. 펀드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여러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대신해 투자하고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모든 펀드는 그 운용 실적에 따라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을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을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며 원금보장도 될 수 없고 예금보호도 되지 않는 위험이 매우 큰 상품 이라는 점에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정기예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투자 상품이다. 그러기에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들은 당연히 고객들에게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리고 고객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했어야 했다.
 눈에 보이는 객장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고객 응대 서비스를 향상시키며 세련된 사은품을 지급하는 노력보다는 조금 덜 팔더라도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을 조금만 더 했더라면 지금처럼 펀드관련 분쟁이 급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펀드투자로 소중한 재산을 잃고 상심하는 투자자들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빠른 시일 안에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무분별한 펀드투자로 인한 손실 또한 급격히 증가할 것이고 서민경제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상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돈의 흐름도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금융 트랜드가 변하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남이 하면 나도 따라하는 부화뇌동하는 투자자들의 성급함을 탓하기보다는 투자자들이 제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자 환경 및 여건을 조성해야하는 책임이 정부와 금융당국에 일차적으로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매스컴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어느 방송사에서는 매주 온가족이 시청하는 황금시간대에 증권사 PB를 초청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펀드관련 투자를 부추기면서 투자에 따른 위험성도 함께 알려야하는 의무는 소홀히 했다. 주요 신문들도 연일 펀드투자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부추긴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금융당국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제교육을 투자교육과 접목시켜 청소년 시기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성인들에겐 자산관리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감독당국은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책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직 펀드환매 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주가가 더 떨어지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증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고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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