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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 알콩달콩 살자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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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옥 당진가족상담센터장 (구 당진가정폭력상담소)

 상기된 얼굴로 상담소에 들어서는 노인의 모습에서 무엇인가 다급한 문제가 있는 듯했다. 그 노인이 어렵게 꺼낸 이야기는 알고 지내던 할머니를 고소해 그동안 할머니한테 써온 돈을 모두 받아내고 싶은 것이었다. 칠십대 중반의 그 노인은 아내와 사별을 했고 3년 전에 노인대학에서 할머니를 만나 서로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할아버지 혼자 사는 아파트에 놀러오면서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밥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때론 함께 자고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보통 노부부들처럼 다정하게 신혼살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자녀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달콤한 생활을 했다. 서로가 못다한 사랑을 나누며 알콩달콩 살아가면서 할머니가 필요하다고 하면 무엇이든 요구하는 대로 해주게 되었던 것이다.
 목걸이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해주면서 재미있게 지내왔는데 할머니가 연락이 없어서 여기 저기 연락해보니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할머니가 다른 할아버지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상담소에 상담의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선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할아버지가 혼자 있을 땐 점수로 한다면 몇 점 정도일 것 같은지 질문했더니 0점이라고 한다. 할머니가 옆에 있을 땐 몇 점 정도 되느냐 했더니 100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할머니가 빨래해 줄 때는 돈으로 계산한다면 얼마일 것 같으냐 했더니 5만원이라 한다. 밥해 줄 때는 얼마일 것 같은가 했더니 3만원이라고 한다. 그럼 할머니가 자고 갈 때는 얼마일 것 같은가 했더니 10만원이라고 한다. 그럼 3년을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한 것을 돈으로 계산한다면 얼마정도 될 것 같으냐 했더니 한참을 생각하더니 90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동안 행복했던 시간을 900만원과 비교한다면 바꿀 수 있느냐 했더니 비교할 수 없이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어느새 편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소를 보였다.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그런데 자식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싶다고 한다. 부끄럽고 소외당할 것이 두려운 것이다.
 아무리 효성스런 자녀가 있을지라도 홀로 사는 노인의 외로움의 빈자리를 메워 줄 수는 없다. 홀로 사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황혼의 재혼일 것이다. 초혼과는 달리 노인의 재혼에는 가려야 할 것이 많다. 젊은이의 결혼은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지만 노인의 재혼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다. 서로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먼저 냉정하게 점검 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에서는 노인의 재혼문제는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곤 했다. 그러나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남아서 고독과 슬픔, 고통을 느끼며 여생을 보내게 된다. 우리의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정작 당사자들은 적극적으로 이성교제나 재혼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노년기의 재혼에 대해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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