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14 23:40 (일)

본문영역

[이호천교사일기 143] 결국은 스스로 올라가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방학기간을 맞아 중고 동창회에 참석했다. 장소는 서울 이수역 부근 음식점이었는데 친구들의 근황도 알고 싶었고 다음날 수업부담이 없어서 참석의사를 미리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렸다. 저녁 7시경 약속장소에 도착을 해보니 22명이 모였는데 하필 그 날이 정월대보름이라 참석자수가 평소보다 적었다. 친구들 중에는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도 여럿 있었지만 하도 오랜만이라 명함 한 장씩 주는데 모 은행 지점장이 된 친구로부터 사업가로 변신한 강남 터줏대감들도 더러 있었다. 중고시절에는 그곳이 개발이 안 된 탓에 농사짓고 어렵게 살던 친구들이었는데 참으로 많은 것이 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좋았던 것은 그 옛날 학창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중고 시절 우리 학교는 명문고가 아니었다. 또한 우리 스스로들도 열심히는 했지만 명문고에 많이 뒤진다는 열등감으로 살아왔었다. 그러나 졸업반이었던 우리는 기적을 이루었었다. 연세대 수석, 공사 차석 등 놀라운 일들을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해냈었다. 그들이 지금 서울대 및 공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나는 당시 한 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평소엔 밤 10시 이후까지 또 방학 때면 교실에서 책과 하나가 될 만큼 정성을 다해 열심히 공부한 결과는 학원이나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했었다. 공부를 잘한다는 한 학생이 학교의 수업이 자신이 해왔던 것이라고 하며 중간에서 도중하차했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은 문법책을 여러 번 보았다고도 했었다. 나는 이런 학생들에게 늘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속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으나 영어는 한두 번 문법책을 본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 십 번 반복되어야 하고 그것이 입에서 노랫말처럼 흘러나와야 자기 것이다. 영어의 기본인 어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노랫말 외우듯이 하지 못하면 그것은 시늉만 낸 것이지, 효과적인 공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떤 길이 빠른지는 ‘정보’이다. 학교의 교사보다 서울의 일류강사가 가진 정보가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 본인이 스스로 힘들게 산에 오르려는 노력이 없으면 어떻게 산을 등정할 수 있겠는가!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