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8 10:44 (목)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 등교 후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 7시40분까지 등교해 1교시 수업 전까지 한 시간 가량은 자율학습시간인데 오늘 아침은 첫날이어서인지 아이들의 학습상태가 사찰의 고요한 정적을 느낄 만큼 경건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 아이들은 사교육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다. 실력도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 3학년 담임으로서 부담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을지 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은 악몽의 한 달이었다. 믿었던 학생이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을 때 담임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고3 담임교사만이 알 수 있다. 한 달 동안 체중이 4~5㎏이 줄었고 식사와 잠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 만 아니라 너무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너무 신경쓴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부담에도 올 한해 또 한번 고3담임을 자청한 것은 한마디로 도전정신 때문이다. 지난해 겪었던 결과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이번에는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이번이 마지막 담임이라는 강한 바람이 섞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촛불은 그 생명을 다하는 순간에 더욱 빛난다 했던가!
 나는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어쩌면 그것은 비관적 사고관의 편린일 수 있으나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최선을 다하는 삶일 수도 있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하는 자기최면의 한 방법인 것이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새벽을 깨워 기도회에 참석했다.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예배당에 들어가 드리는 기원 속에는 내가 담임한 아이들에 대한 바램도 들어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올해 열심히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힘과 능력 그리고 지혜와 건강을 기원했다.
 지난해와 같은 아픔도 있었지만 고 3담임으로서 가슴 벅찬 순간도 있었다. 합격을 전해올 때마다 아이들을 안아주며 함께 기뻐했다.
 그런 기쁨을 맛보기 위해 오직 충실한 담임의 길을 걸어야겠는데 그 앞길에 장애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늘 하루도 충실한 하루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담임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