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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 믿는 사회 - 서금구 합덕대건노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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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는 것은 군대가 아니라 예가 없어서이다

 어제는 예기치 않던 사람을 2명이나 만났다.
 그 한 사람은 두메에 사는 70이 넘은 노인으로 산과 산을 다니면서 약초를 캐고 동의보감 원전으로 한약을 연구·제조해 판매하는 사람이다.
 칠순을 넘기셨다는 분인데 혈색이 좋고 건강해 6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외모가 당당하다. 외모 뿐만 아니라 마음도 호탕하며 건장한 체구에 서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산에서 약초를 채집하며 허준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조제해 그 약제를 먹고 병에 시달리는 사람의 건강을 찾아드릴 수 있으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이냐라고 하는 이론도 당당한 사람이었다.
 오늘날 많은 노인중에 왜 내가 사는지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다. 또 안다고 해도 그 아는 바를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모르고 남이 타니까 그냥 타고 가는 사람이나 똑같은 꼴인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은 명경지수(明競之水)와 같이 즉 거울같이 맑은 마음, 사심(邪心)이라는 것은 조금도 없고 깨끗하게 자기자신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거울 속에서 자기가 해야 될 일을 똑바로 볼 줄 알고 또한 그 일을 용기있게 헌신적으로 추진해 갈 수 있는 경지에 속한 분들도 많이 있는 것이다. 이런 노인들의 자애로운 말 한 마디가, 또는 은혜로운 말 한마디가 험한 길을 평탄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격이다.
 또 다른 한 사람. 50을 갓 넘긴 한부인이 팔순의 아버지를 찾아왔다. 서로는 지척에 살면서도 해를 넘기면서 처음 찾는 발길이다. 오랫만에 만나는 부녀인데 떠들석하고 드라마틱한 장면은 없고 서로 눈빛만 주고 받는 어설픈 장면이다. 말이 오고가지 않아도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설픈 부녀의 대면은 벌써 몇번째이다.
 늙으신 아버지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논 서마지기를 팔아달라는 딸의 말에 아버지는 대꾸도 하지 않고 요지부동 자세이다. 딸은 장광설이다. 논팔아서 그 돈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면 조만간 그 몇배로 불려서 나도 좀 쓰고 아버지 살림도 좋아지고 하는 얘기다. 이때부터 부녀간의 냉전 상태가 흐르고 있는 장면이다. 남의 일이고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나에게 판결을 하라고 한다면 딸의 어떠한 좋은 계획이 있더라도 “늙으신 아버지 마음 편하게 그분의 뜻에 따라 드려라”고 조언을 할 것이다.
 젊은 딸이 보기에는 촌구석에서 어렵게 사시는 아버지가 안타깝고 미안한 아음이 들겠지만 그 늙으신 아버지는 그 자리가 그 이상 좋은 곳이 없는 낙원인 것이다. 하루이틀의 정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고 자라고 오늘날까지 평생을 살고 있는 그 정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다소 불편한 환경이지만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나라가 망하는 것은 군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예(禮)가 없을 때”라고 말했다.
 우리의 모든 삶이 바쁘게 지나간다. 그래서 너무나 모든 것에 대해 회의에 빠져 있어 믿지를 않고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믿음의 사회, 신용의 사회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서로 믿을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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