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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지역 명물을 찾아서③ 송산면 도문리 ‘능안’] 생태습지 조성되는 숨은 명당 ‘능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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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화유산과 문화유적, 그리고 후손에 전해주어야 할 가치를 가진 무형문화재가 많이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명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없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본지는 지난해 7회에 걸쳐 연재했으며 올해에도 지역의 숨어있는 명물과 문화유산을 보도해 넓게는 당진의 관광산업 발전을,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 취재는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 깔끔히 정돈된 잔디, 고요한 풍경에 부는 봄바람이 아늑한 ‘능안’은 어쩐지 묘지라기보다 공원 같다. 오래전부터 풍수지리에서 일컬어온 ‘명당’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송산면 도문리에 위치한 능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총이 눈에 띈다. 후손들은 덕수이씨 선조인 연헌공 이의무(1449~1507) 선생이 생전에 기르던 애마의 무덤일 것으로 보고 있다. 1만여평에 이르는 능안에는 이의무 선생의 묘와 세 아들의 묘소를 비롯한 30여기가 자리잡고 있다. 묘소에 들어서기 전에 여러 개의 비석이 서 있는데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이의무 신도비다.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다투는 듯한 장면을 새겨 놓은 것이 매우 정교하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비석이 완공되던 날 비의 동편에 위치한 ‘용천’이라는 연못에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율곡 이이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덕수 이씨 가문에는 대제학, 좌의정 등을 지낸 학문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은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 능안이 위치하고 있는 ‘도문리’의 지명 유래도 마을에서 과거에 급제하면 열리는 잔치를 일컫는 말 ‘도문’이 일제시대에 ‘길 도(道)’로 변했다는 것이 덕수이씨 종친의 설명.
일설에 의하면 ‘능안’은 원래 왕릉의 자리가 될 뻔했다고 전해진다. 풍수명사가 왕명을 받고 명당을 찾으러 내려와 지금의 ‘능안’을 발견했으나 그곳은 이미 덕수이씨 가문의 묘역으로 정해져 있었다. 덕수이씨 선조인 주봉공과 절친한 사이였던 명사는 산의 형세를 그릴 때 북쪽으로 건해풍이 오고 해수가 보이는 대지명당임을 알면서도 이를 은닉하기 위해 북쪽으로 수목이 밀집해 있어 건해풍을 가리는 모습을 그려 왕릉의 자리가 아니라고 왕에게 보고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국사가 이 곳에 파견돼 형세를 살핀 결과 왕릉 자리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해 ‘능안’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도 전해진다. 

주민에게 개방하고 생태공원 조성 중 
인근 주민들에게 능안은 단순히 한 가문의 묘역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즐겨왔던 소풍지이며, 동창생들이 모여 옛 시절을 추억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후손들이 잘 가꿔 놓은 잔디밭이며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는 벚나무 길은 그야말로 데이트 장소로 제격이다.
게다가 올해 5월말에는 능안 안에 생태연못 및 생태숲이 조성된다.
17대손 이재상 씨는 “조상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을 개방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사유지가 아닌 종문의 땅인데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문중 어르신들의 생각으로 공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태공원 안에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습지식물을 식재해 생태연못을 조성하며 봉화산 자락에 있는 약수터를 정돈하고 관찰데크와 함께 생태학습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생태계보존협력금반환사업의 일환으로 현대제철에서 낸 세금의 일부를 다시 지역사회 환경보존사업에 이용하는 사업이다.

훼손만 않으면 누구나 와서 쉴 수 있어요”
덕수이씨연헌공파종회 이우용 회장

16대손 이관열 씨

나이로 보면 이관열(57)씨가 이우용(81)씨의 아들 뻘 되지만 촌수로 보면 손윗 사람이다. 이관열씨는 덕수이씨 18대손이고 이우용 씨는 16대손인 것.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능안에서 이씨가문 두 사람을 만났다.
“하루가 다르게 공장이 들어서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있어요. 능안만큼은 자연 그대로 아름다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관열씨)
이우용 회장은 “봉분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와서 쉬다갈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유지도 아니고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땅이니까요. 이렇게 산세가 좋고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 드물죠. 도로에서 안 쪽에 위치해 있어 교통사고 위험도 없어 아이들과 함께 쉬기에도 좋은 곳이죠.”
조상의 묘를 일반인에게 개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나 그들은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연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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