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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 교사일기 152]
정기고사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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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 내음 가득한 초록빛 산야를 감상하려 하는데 벌써 한 낮의 더위는 아름다운 봄을 시샘하는 것같이 햇볕이 여름처럼 강렬하다.
5월을 맞이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런 계절의 변화에 감상적일 수만은 없다. 오직 자신의 진로를 위한 노력뿐 그 어떤 것도 그 위를 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말 1차 정기고사가 끝났다. 모두들 열심히 노력한 때문인지 어떤 학생은 코피를 흘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70년대 초 고교시절 생각이 난다. 고교 3년간 학교를 파하면 서울 노량진에 있는 국원독서실이라고 하는 곳에서 온 종일 밤을 새웠다. 몸이 피곤하면 엎드려 자기도 하고 그러면 새벽이 되어 잠이 깨는데 수학의 정석 책이나 영어의 종합영어책장엔 어김없이 침 자국이 얼룩덜룩 흉하게 남아있었다. 특히 학교 시험철이 되면 꼬박 밤을 새우는데 보통 시험기간이 일주일 정도여서 여간 고단치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시험 두 세과목을 치르면 바로 귀가였기 때문에 오후 1시경이면 집에 도착하곤 했었다. 점심을 먹고 잠이 몰려오면 어머니께 “밤에 공부하려하니 몇 시간 후에 깨워주세요” 하곤 잠이 든다. 그리곤 시간이 되어 어머님이 깨워주시면 비몽사몽간에 의자에 앉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시험기간에 잠만 실컷 자게 되는데 이때의 얼굴은 거울보기가 무서웠다. 얼굴이 퉁퉁 부어 담임보기가 민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때는 얼굴 붓기를 내리려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곤 했었다. 어쨋거나 정기고사 중에 아이들이 보여준 노력은 기대 이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나 기숙사 사감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아이들이 밤을 새는 일은 없었다는데 올해 아이들은 다르더라는 것이다.
최근 2012년도부터 영어인증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영어를 수능에서 배제하고 사교육비 절감과 영어의 공용화정책의 일환으로 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 하는데 예를 들면 ABC등의 등급으로 나뉘었을 경우 어떤 대학에서는 A성적만을 반영하고 또 다른 대학에서는 C등급까지 반영하는 등 현재의 수능 영어와는 전혀 다른 인증제의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토익이나 토플과 같이 원어민과의 의사소통을 염두에 둔 상향된 조치이겠으나 이래저래 지방학생들에겐 커다란 짐이 아닐 수 없다. 유비무환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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