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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 입력 2008.05.17 00:00
  • 호수 711

[우리고장의 전설을 찾아서 ⑤ ‘7백살 된 느티나무의 전설’] - 물·풀이 많아 초로리, 초락도 경술국치때 7백살 느티나무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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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700년된 느티나무

편집자 주
 오래 전부터 각 마을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들이 있다. 우물에 얽힌 이야기, 오래된 나무나 바위에 얽힌 사연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전설이나 설화를 담고 있는 향토문화자원들이 개발의 와중에서 사라지거나 잊혀져가고 있다. 본지는 지난해 8회에 걸친 ‘우리 지역의 전설’ 1차 연재에 이어 제2차 기획취재를 통해 지역의 전설을 찾아  향토문화의 보존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차를 타고 해창에서 석문면 방향으로 가다보면 잘 닦인 도로가 하나 나온다. 아직 공사가 한창인 대호대교의 일부 구간인데 이 길을 통하면 예전에 섬이었던 초락도리로 진입할 수 있다. 지금의 초락도리는 과거 초락도라고 불렸었는데 80년대 대호방조제 건설이 시작되고 바닷물이 찼던 곳이 논으로 간척되면서 섬에서 육지로 탈바꿈했다.

많은 이름으로 불려졌던 섬, 초락도
 오래전부터 초락도는 다른 이름으로 많이 지칭되어왔다. ‘푸레기’부터 ‘풀떼기’ ‘청학동’ ‘초호리’ ‘초락지’ 그리고 조선 중종 때 기록을 살펴보면 ‘초라지’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초락도(艸落島)의 한자명을 살펴보면 ‘풀이 떨어지는 섬’이라고 풀이된다. 이러한 이름을 얻은 데에는 이름 그대로 풀이 많았던 이유가 크다. 초락1리에 사는 홍덕표(80)씨는 초락도의 지명 유례에 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초락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마을의 터줏대감 중 한 사람.
 “예전에 섬이었을 때 풀이 많았지. 그래서 푸르게 보였고. ‘청학동(靑鶴洞)’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됐지. 그리고 ‘푸레기’라는 이름도 청학동에서 왔다고 할 수 있어. 청학동을 한글로 풀면 푸른학이 되는데 이 발음이 푸레기로 바뀐 거지.”
 또 홍덕표씨는 “‘초호리(艸湖里)’는 풀과 물이 많다고 해서 불려졌던 이름”이라며 “어릴 적에 편지를 쓸 때는 주소를 초락도라고 안 쓰고 초호리라고 썼었다”고 말했다.
 “섬이었을 때 여기 낙지가 아주 유명했어. 처마 밑에 낙지를 메달아 놓으면 다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아주 먹음직스러웠지. ‘푸레기 낙지’라고 하면 천안에서도 다 알아들을 정도였어. 초락도를 부르는 이름이 많았지만 푸레기가 그중 가장 많이 쓰였다고 볼 수 있지. 지금도 푸레기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많을 거야.”

경술국치 당시
울음소리를 냈던 느티나무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려졌던 초락도리에는 전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느티나무에 관한 것이다. 고려 말 ‘해운암’이라는 절이 초락도에 있었는데 어느 날 스님의 실수로 절에 불이 났고 이렇게 절이 없어진 후 절터 뒤에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10년 경술국치 당시 이 느티나무 속에서 난데없이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했는데 국운의 기움이 서러워 소리를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마을주민들은 재난을 면하기 위해 매년 정초가 되면 나무에 제를 올렸었다고.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현재 초락리 산 63에 위치하고 있는데 수령이 벌써 700년이 넘었다. 과거 절터였던 곳에는 이제 기도원이 자리하고 있어 시대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그루 고목만은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여전히 울창함과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초락도 느티나무 전설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던 석문중학교 신양웅(68) 교장은 40년 전에 느티나무 동공 속에 호랑이가 산다고 해서 마을이 한바탕 소동이 났었다고 말했다.
 “나무속에서 호랑이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려서 사람들은 그게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길 꺼려했어. 그러다가 몇몇이 그 호랑이를 잡기위해 나섰는데 알고 보니 큰 살쾡이더라고. 80년대인가 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찌나 큰지 당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보내려고 했었지.”
 초락 1리 홍락표 이장은 “초락도 느티나무에 관한 전설을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며 “1982년10월15일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초락도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홍 이장은 “과거 섬이었을 때 민간요법으로 쑥을 썼었다”며 “이젠 초락도가 약쑥으로도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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