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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시론] 촛불문화제 바로읽기 - 김미영 어린이책시민연대 당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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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에서도 촛불 물결이 이어졌다. 지난 5월 8일과 미국쇠고기 수입 고시 하루 전인 14일에 신터미널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 자리에 교육청에서 내린 친절한(?) 학교생활지도 탓인지 촛불문화제에서 두드러진 기류를 보여주는 10대 여학생들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엄마, 아빠와 손잡고 나와 “엄마, 우리 살려주세요” 문구가 쓰인 풍선을 든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가슴 저렸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저마다 소임을 다하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행복을 추구해야 할 민심들이 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지 정부는 숙고해야한다.
최근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촛불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음은 기본생존권과 자존심을 헐값에 팔아넘겨버린 최고 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의 표출이다. 나라사랑이란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도 작금의 사태에 어찌 슬퍼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광우병 파동 이후 눈 가리고 아웅하며 온통 불신으로 도배한 정부의 비이성적인 행위와 말도 안 되는 해명이 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천진한 아이들도 안다. 민심이 이렇게 분연히 일어난 현실은 생존을 위협받는 불안감의 극대화이다.
지금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정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성난 민심을 권력으로 잠재우려 하기에 급급하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응하지 않고 공공성을 잃어버린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제 권리를 찾겠다는 국민들의 말할 권리를 계속 탄압한다면 성난 민심으로 밝힌 이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민심을 누르고 덮을 것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배후를 캐내고 괴담으로 치부하는 궤변 일색에, 여론탄압에 공권력을 투입시키는 데 전력투구할 것이 아니라 이 사태의 근본적인 핵을 직시해 민심을 읽어야 함이 옳다.
정권이 들어선지 최단기간에 신뢰를 잃어버린 현 정부는 귀도 멀고 눈도 멀고 마음까지 닫았나보다. 한창 꿈을 키우고 공부하며 심신단련에 전념해야 할 십대들이, 그것도 감수성 예민한 십대 여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것은 분명 어두운 현실이고 얼굴 뜨겁게 가슴아파해야 할 일이다. “너네가 뭘 안다고 그래? 공부나 해!” 그들의 지성을 폄하하던 부모들이 되려 가르침을 받고 촛불을 들고 나오는 현상들이 빚어지고 있다. 그들은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더 이상 문외한이 아니며 오히려 시민주체적인 세대로 부각됐다.
과도한 과열 경쟁과 입시의 압박에 짓눌린 청소년들이 거부할 수 없는 교육제도에 노예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래도 공부하지만 그들에게는 꿈이 없다라고 말한다. 이 사회에 극대화되고 있는 경제논리와 물신주의가 불안을 야기하는 속에서 본능적으로 생존에 대한 소통의 몸짓으로 인터넷과 UCC, 핸드폰과 밀접한 그들 특유의 감수성을 동원해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광우병 사태는 국민의 최저 생활권의 위기를 초래하는 공공기업의 민영화정책, 학교 자율화정책 등으로 등허리가 휘도록 삶의 무게와 불안을 져야하는 국민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의 오만이 심화돼  드러난 것이다.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는 민심들이 그토록 믿고 지지했는데 이토록 쉽게 배반해도 되는가?
여우를 피해 호랑이굴로 들어간 ‘내 탓이오’ 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촛불 물결은 위협받는 생존권과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기를 염원하는 시위이자 호소다. 자기 이익에 직접적으로 결부된 일이 아니라면 주변의 일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개인주의 사고를 일깨우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이 초유의 사태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찾고 싶다. 호랑이 굴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촛불을 켜들어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일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서 우리 자존감이 회복될 때까지 촛불들이 내내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에서도, 당진에서도,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촛불아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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