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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①] 값싼 수입쇠고기… 국산 돼지고기 ‘자리 뺏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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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전면개방, 양돈농가 ‘몰살’ 위기 “정부대책 없다면 양돈농가 죄다 주저앉을 판”

▲ 주인 이호경씨의 근심도 모른 채 금암농장에서 커가는 돼지들.

사료값 폭등, 고유가 행진에 뒤이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방침이 국내 축산농가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본지는 지난 4월28일자(본보 708호)에서 이번 미국 쇠고기 협상 결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군내 한우농가들의 사정을 보도한 데 이어 이번호에는 수입쇠고기의 수입확대로 더 큰 간접타격을 입는 군내 양돈농가들의 사정과 입장을 취재해 보도한다.


돼지고기 대체소비로 양돈농가 몰살
 쇠고기는 우리 나라에서 흔히 돼지고기보다 고급고기로 인식되어 왔다. 
 일반 서민들이 배불리 먹기에는 가격 부담이 큰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선호해 왔다. 쇠고기는 이른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던 것. 이같은 편견에 미국쇠고기 수입전면개방이 얹혀지면서 국내 양돈농가들이 도산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합덕과 신평 두 곳의 돈사에서 돼지 3천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김은호(43)씨. 오래전부터 양돈업에 종사해온 그는 이번 쇠고기 협상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양돈농가들은 다 죽게 될 겁니다. 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김은호씨는 대다수가 이번 협상으로 인해 한우농가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더 큰 타격은 양돈농가들에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수입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서민들은 비슷한 가격대라면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찾게 될 겁니다. ‘쇠고기가 고급고기’라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는 한 말이죠.”
 순성면 나산리 ‘금암농장’에서 4천여두의 돼지를 사육하는 이호경씨는 “완전히 정부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며 “농가들은 여태 정부를 믿고 여러 정책이나 축산업 제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는데 정부는 농가들을 배신했다”고 성토했다.
 “대책을 제대로 세운 상태라면 축산농가들도 수입개방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늘 ‘선대책·후협상’ 원칙을 요구했었는데 이번엔 대통령이 직접 미국까지 가서 모든 것을 다 퍼주고 온 겁니다. 축산농가들로서는 답답할 따름입니다.”
 현재 양돈협회 당진군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호경씨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양돈은 100% 사료만 써야 해
 사료와 함께 볏짚 등 조사료를 사용할 수 있는 한우와 달리 양돈은 100% 사료를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사료값 급등으로 양돈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수입 쇠고기 전면개방은 그야말로 양돈농가들로서는 ‘내우외환’이 아닐 수 없다.
 (사)대한양돈협회 당진지부의 남청현 지부장은 “돼지고기의 소비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한우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농가들로서는 미래가 암담하다”고 말했다.
 “양돈은 시설비가 많이 듭니다. 양돈을 처음 시작하면서 대부분 빚을 지고 차츰 빚을 갚아나가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유가 인상과 사료값 폭등 같은 외부요인은 양돈을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남청현 지부장은 “돼지 가격이 조금 오르고 있지만 이같은 현상을 반기는 농민은 한 명도 없다”며 “앞으로 가격이 크게 내려갈 사건은 많지만 오를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농가 요구 반영해 대책 수립해야
 1990년대 중반부터 수출용 고품질 돼지고기가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여겨 품종을 전면교체했던 이호경씨는 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돼지콜레라 사태가 터지면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수출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투자를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마찬가지. 이호경씨는 이번 정부의 어이없는 협상결과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책을 내놓았다.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이 대책이 될 겁니다. 우리도 좋은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겁니다. 그를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추려는 노력이 꼭 필요한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축산인들은 우선 사료안정기금의 확보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정한 기금으로 사료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보조금으로 사료값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제도다. 일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나 사료값 폭등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은 축산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또한 늘 양돈농가들의 발목을 잡아온 축산분뇨 처리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우와 달리 민원발생소지가 높은 축산분뇨의 처리를 위해 대규모 축산농가에서는 과도한 시설투자비용과 처리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곧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시설투자는 또한 농가부채 증대로 이어져 농가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남청현 지부장은 “정부의 대책이 어떻게 나오든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에서 축산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꼭 필요한 대책을 하나라도 실현시켜달라”고 말했다.

소규모 양돈농가, 이미 대부분 폐업
전업농 제외한 ‘부업’양돈농가 90% 이상 ‘정리’돼
폐업보상 기준 외면하면 중소규모 전업 양돈농가 연쇄도산 우려

 당진군내에서 1000두 이하의 소규모 농가들이 이미 양돈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호경 당진양돈협회 부지부장은 “아마 군내에서 1000두 이하 소규모 양돈을 해오던 사람들 중 90% 이상이 기르던 돼지를 다 처분한 것으로 안다”며 “사료값 폭등으로 먹이면 먹일수록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군내에서 1000두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전체 371농가 중 75%에 달하는 280여 농가. 태현농장의 김은호씨는 이에 대해 “양돈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소규모이면서도 아직까지 폐업을 하지 않은 나머지 10%의 농가들일 겁니다.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죠. 이들은 양돈을 전업으로 해왔기 때문에 손해가 계속 나도  포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빚이 갈수록 쌓이면서도 놓지 못합니다. 이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정부의 폐업보상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김은호씨는 “한평생 양돈만 해온 사람들이 이제 와서 농사를 다시 지을 수도 없고 양돈을 계속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이 빠져 있다”며 “정부의 폐업보상기준이 이들을 외면한다면 이들은 말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당진의 높은 땅값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은호씨는 “당진의 땅값이 타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에 농가들이 조금 더 오래 버티는 것 뿐”이라며 “사료 회사들은 사료를 공급받은 농가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가격 ‘반짝 상승’, 더 위험해
A.I(조류독감)·광우병 여파로 돼지고기 대체소비 늘어 일시적 상승
돼지고기 가격 하락 시작되면 농가 도산 시간문제

 계속 하락하는 한우가격에 비해 돼지가격은 점점 상승하고 있어 양돈농가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이것은 더욱 위험한 징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축산물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농협중앙회의 ‘축산사이버컨설팅’에 따르면 국내산 돼지의 가격은 지난달 말(4월 30일) 현재 kg당 2910원, 도매가격은 4390원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각각 2100원, 3240원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오른 가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농민들은 가격 상승에 대해 오히려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또 언제 하락세로 돌아설지 알 수 없다는 것. 최근의 가격 상승은 지난 3월에 터진 A.I(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 때문에 닭고기와 소고기 소비가 줄고 대신 돼지고기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양돈협회 당진지부의 남청현 지부장은 “가격이 소폭 오르고는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조류독감과 광우병 때문에 줄어든 닭고기와 소고기 소비가 돼지고기로 몰리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며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돼지고기의 소비를 쇠고기가 대체하기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는 양돈농가로서는 당장의 일시적 가격상승이 더 위태로워 보일 뿐이다.
 이호경 부지부장은 “가격이 높을 때는 돼지를 저당잡혀 사료를 구입하는 농가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일시적인 이 현상은 더욱 위험하다”며 “지금이야 돼지 팔아 사료값을 갚는다고 해도 돼지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농가의 빚이 무한정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도산밖에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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