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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진포구
  • 입력 2008.06.02 00:00
  • 수정 2016.02.03 21:54
  • 호수 713

[5.31 바다의날 기획] 바다위에서 보낸 30년, 석문면 장고항2리 조 수 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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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낚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아침해를 맞아 본 적 있나요?
물에 빠져 생사를 다투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다예요.”

“세월 낚는 것부터 배워야 해요. 물고기를 낚는 것부터 배우면 욕심이 생겨서 못 쓰지.”
지난 30년간 바다 위에서 살아온 조수남(63)씨가 바다를 찾는 낚시꾼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그에게 바다는 노력하고 기다리는 만큼의 대가를 반드시 돌려주는 곳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욕심없이 사는 것. 그것이 30년 배 위에 살면서 바다로부터 배운 철학이다. 새벽 5시면 그는 어김없이 바다로 향한다. 장고항에서 1시간 반가량 나가면 바다 한가운데다. 그물을 던져 새우와 실치, 꽃게를 잡아 올린다. 간혹 우럭이나 잡고기도 따라 올라오지만 당진 해역에서 봄에는 주로 실치가, 가을에는 젖새우와 꽃개가 잡힌다. 소비시대가 열리면서 시장은 좋아졌지만 예전만큼 어획량이 풍부하진 않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온배수가 늘어나 어획량이 줄었어요. 그런데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서 바다도 어민들도 모두 힘들어졌죠. 실치 작업이 다른 해에 비하면 20일 정도나 빨리 끝날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소중한 바다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것이 늘 안타깝다.
30년 전 조씨는 공무원으로 회사원으로 살았다. 그러던 중 해물장사를 하면서 바다를 드나들기 시작했고 1981년에는 지금 장고항에 자리를 잡았다. 고되긴 해도 뱃일이 몸에 맞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선친도 어부였다. 오늘도 자신의 이름과 막내 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이름 붙인 영남호를 타고 어둠이 짙게 깔리 바다로 향한다. 한참을 바다의 품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덧 바다 끝 저편으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바다 한가운데서 맞는 아침이 조씨에겐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는 희열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도 가끔 성을 낸다. 바다에 사는 어부라면 누구나 그토록 사랑하는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기기 마련이란다. 그 역시 바다에 빠져 생사를 다툰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는 바다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뱃사람들에게 바다는 그런 것이다.
“영남호는 아마도 내 마지막 배일 겁니다.”
소금끼와 햇빛에 검게 그을린 그의 미소가 해질녘 바다만큼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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