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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씨 - 24년 직장생활 접고 고향에 귀농한 지 7년
우수농산물 ‘직거래 판매’가 농민의 살 길. 이제는 특수작물로 경쟁력 확보해야

<편집자주> 당진군은 농업웅군이자 축산웅군이다. 경지면적 전국 2위, 쌀생산량 전국 1위이며 한우와 양돈, 양계 등 축산업이 전국에서 순위권의 사육규모를 보이고 있다.
쌀·쇠고기 수입 개방, 조사료가격 상승, 잇단 산업단지 개발로 인한 농지 수용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농축산업에 종사하며 인류에 꼭 필요한 식량 생산에 힘쓰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진에서 씨를 뿌리고 가축을 돌보며 살고 있는 우수농가, 귀농인, 젊은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농촌 현실 그리고 미래 농업의 비전과 의미를 조명하고자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 본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따가운 가을 햇볕 아래 그는 빨간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마당 곳곳에 펼쳐진 빨간 고추를 매만지는 손길이 알뜰하다. 밀짚모자에 반쯤 가려진 얼굴은 한눈에 보아도 햇볕에 검게 그을린 영락없는 농부다. 농사일이 몸에 익숙해져가는 요즘이지만 그는 매번 새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곡식들을 볼 때마다 생명이라는 신비에 감탄한다. 어김없이 정성을 들인 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곡식들. 그는 땀 흘리는 것이 행복하다. 

 

24년의 직장생활 떠나 고향으로 
이성재(58)씨가 고향인 송산에 내려와 밭을 일구고 벼를 키운 지도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씨가 농부를 꿈꿨던 건 학창시절부터다. 그는 예산에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과대학에 진학했다. 60년대 말이었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업국가였다. 하지만 그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산업화가 나라 전체에 뿌리를 내리고 급격히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지금껏 1차 산업에 종사하며 농민으로 살겠다던 그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괴로웠지만 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고 자신을 타이르며 2차 산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그는 대학졸업 후 24년간 사무직 회사원으로 일해 왔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온 농촌에 대한 애정, 자연 속의 전원생활을 잊을 수는 없었다.
“20년간 근무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한 뒤 강사로도 일해보고 중소기업에서도 일해 보았죠. 하지만 이제 2차 산업에서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식량자원이 무기보다 더 중요한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자연 속에서 생명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위대하고 기쁜 일인지요.

양보다는 질에 승부, 첫해부터 소비자 직거래 실시
어릴 적부터 농촌에서 살아온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한달에 두어 번 고향집을 찾아 부모님의 일손을 도와왔다. 그래서 귀농을 결심하고 첫 씨를 뿌리던 해에도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부모님을 도왔던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내야 하는 본격적인 농사일은 달랐다.
고추 건조대를 잘 못 만들어서 땅에서 올라온 습기 때문에 고추농사를 망치기도 하고 위탁농사를 지었다가 소비자들에게 항의를 받고 모두 반품되는 일도 겪었다. 다시는 감자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을 일도 생겼다.
그가 고향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는 동안 겪었던 일들과 그를 통해 얻은 노하우는 그의 컴퓨터 농사일지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이씨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좀 더 우수한 농산물을 수확하기 위해 매일같이 농사일지를 적는다고 했다. 모르는 건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얻었고 문제가 발생하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고추를 딸 때도 붉다고 무조건 따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졌을 때 고추표피가 딱딱하지 않고 말랑거리며 끝부분이 조금 마른 것이 착색이 완전히 된 고추라서 고춧가루를 만들었을 때 빛깔도 좋고 맛도 좋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첫 수확물부터 소비자와 직거래를 실시했다. 저농약, 저비료 농법으로 양보다는 질의 고급화에 승부수를 걸고 처음으로 자신이 뿌린 씨를 거두었던 2003년 가을, 그는 지인을 통한 직거래로 약 50가구에 ‘향미쌀’과 호박고구마, 태양초고추를 공급했다. 친인척과 지인들부터 시작한 직거래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요즘 농업 환경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어느 산업보다도 많은 시간과 애정을 투자해 수확한 작물들을 제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중간거래상을 거치게 되면 자연스레 생산자는 낮은 가격을 받게 되죠. 농업인들의 살 길은 소비자와의 직거래입니다. 그러려면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죠.”
그는 올해에 논 2600평과 밭 2400평에 둥글레차 향이 나는 구수한 ‘향미쌀’과 호박고구마, 서리태, 태양초고추, 둥근마 등을 재배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시대, 이젠 특수작물이다
그가 재배하는 쌀에는 둥글레차 향이 난다고 한다. 밥을 지었을 때 구수한 향이 나기 때문에 다른 일반미와는 차별성을 갖는 것이다. 고추도 기계로 말리지 않고 태양초를 고집하고 있다. 올해에는 일본에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피오스’라는 작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다.
이씨가 이렇게 일반 작물이 아닌 특수작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이다. 이왕 같은 땅에 같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재배하는 것이라면 수확 후 이윤이 많이 남고 시장에서도 차별화될 수 있는 작물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자의 품종부터 생산, 수확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를 통해 맛도 향도 빛깔도 우수한 농산물을 재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직거래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이성재씨는 새벽에 밭에 나와 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들이 열심히 일하고 흘린 땀만큼 그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는 알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농민이 살 길은 스스로 판로를 구축하고 좀 더 질 좋고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가 어려운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성재

송산면 상거리 출생
송산초·송악중 졸업
예산농업고 졸업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업교육학과 졸업
그린힐스 대표
향미쌀, 태양초고추 등 재배
송산농협 감사
20년간 KCC 근무, 24년간의 직장생활 접고
지난 2002년 8월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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