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무해가 훌쩍 넘은 일이다. 승균씨가 영희씨를 필름에 담은 것도. 서로 친구들끼리 놀러갔던 곳에서 승균씨는 영희씨 사진을 찍어주었고, 그 사진을 돌려받기 위해 편지를 쓰면서부터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사진을 좋아했던 승균씨에게 영희씨는 사진을 처음으로 배웠다. 두 사람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사랑을 키웠고, 이제는 평생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되었다.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부부싸움도 덜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니까요.”
이 부부에게 사진은 취미생활 이상으로 두 사람을 맺어주고 더 사랑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것이다.
김영희씨의 사진 ‘다원’은 몇 년 전 봄날 보성 녹차밭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녀는 새벽이슬이 맺혀서 더욱 영롱해진 차 밭을 사진에 담기 위해 새벽안개가 다 걷히기도 전에 차밭으로 향했다.
“봄을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파릇파릇 새벽이슬을 먹고 싹을 틔운 녹차밭이 참 예쁘죠?”
두 사람은 모두 풍경사진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김영희씨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들을 자주 필름에 담는다. 고찰의 서까래, 이끼가 낀 돌담길, 조상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항아리들이 김씨가 좋아하는 소재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도심생활을 접고 1996년에 당진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지금은 풍경사진 속 같은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김씨와 박씨는 앞으로 자연을 벗 삼아 살며 좋은 작품을 많이 찍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김씨는 “당진에서도 사진 찍는 여성분들이 함께 활발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당진사진협회에서 유일한 여자 회원이다.
- 우현선이 만난사람
- 입력 2008.09.01 00:00
- 호수 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