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사진을 적잖이 찍었는데 요즘은 찍을 시간도, 볼 시간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사진 소개를 위해 오랜만에 사진집을 펼쳤는데 한 장 한 장 보며 당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또 있는 줄도 몰랐던 사진을 발견해 간만에 흐뭇한 기분으로 당시의 추억 속에 잠기게 되었다.
첫 번째 사진은 한진 바닷가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 찍은 날짜가 1977년 8월경이니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됐을 때다. 맨 오른쪽에 분홍색 한복을 곱게 입고 계신 분이 어머니이며 그 옆에 정종을 들고 계신 분이 아버지, 그 앞에 있는 것이 바로 나다. 서울에서 고모네 식구들이 내려와서 다함께 한진에 놀러갔었는데 사진 찍을 때 나만 빼놓아서 마지막에 한 장 같이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빵을 먹고 있는 내 표정이 좀 뾰루퉁하다.
두 번째 사진은 대난지도에서 찍은 것이다. 1993년 군 제대 후 사진 속 친구 조영수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함께 이곳저곳을 놀러 다녔는데 여름 휴가철을 맞아 대난지도에 놀러갔었다. 영수와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면서 지금은 동종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현재 당진이 아닌 안산에 있어 자주 못 보지만 전화통화를 통해 안부를 묻곤 한다.
세 번째 사진은 왜목마을에서 찍은 사진이다. 장미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 속 주인공은 내 아내 최은서로 1998년경 결혼 1주년을 맞아 왜목마을로 놀러가서 찍은 것이다. 지금도 꼬박꼬박 기념일을 챙기고는 있지만 이때처럼 잠시라도 바람 쐬러 가지 못한 것이 아내에게 미안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내에게 꼭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