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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을 1] 성구미 포구 - 성구미의 간재미와 새우젓, 산업화의 회오리 속으로

최운연l승인2008.09.08 00:00l(7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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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2년대 성구미의 풍경. 1. 탈곡하는 성구미 주민들의 모습. 2. 주한미군들이 초가집 앞에서 찍은 사진. 3. 하늘에서 바라본 성구미포구. 4. 당시 아낙의 옷차림. 5. 성구미 입구 큰길에서 마을 아이들이 땔감을 지게에 짊어지고 걸어오고 있다.  
 

▶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기존 고대부곡 공단을 합친다면 전국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속에서, 역사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불리웠던 성구미포구는 산업단지에 수용됨으로써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당산에 올라 드넓은 바다를 바라본다. 만선의 배를 기다리다 지쳐 소나무 그늘아래 바다소리를 듣는다.
성구미 작은 어촌마을에서는 그물을 여미는 어부들과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다. 김장철이면 포구에는 새우젓갈이며 각종 젓갈들을 사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송산면 가곡2리 바닷가 끝자락에 위치한 성구미는 옛부터 가을 젓을 담그는 새우와 봄 간재미로 유명한 포구다.
1990년대초만 하더라도 바다에서 꽃게와 새우, 간재미, 민어, 농어, 우럭, 광어, 도다리 등을 잡았다. 인근에서도 알아주는 황금어장이었던 이곳은 항상 만선인 배들로 북적였다.
당진의 명물로 꼽히는 간재미는 어획량이 많고 맛도 뛰어나다. 아산만에서 건져 올린 간재미는 3~5월이 제철이다. 그중에서도 크기가 적당하면서 살이 가장 도톰해지는 4월이 절정으로 고소한 간재미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또 김장철에는 새우를 사러오는 손님들과 밀려드는 차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임시주차장을 마련했을 정도다.
주민들에게 성구미 포구는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갯벌에서 바지락이며 굴을 따다 파는 삶의 터전이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먹고사는데는 이만한 곳도 없었다.
바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대학까지 보냈다. 한 밑천 마련해주지는 못했지만 시집 장가도 보냈다. 손주들의 재롱에 바닷일이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나 요즘에는 바닷일이 무척이나 힘들게만 느껴진다. 고기잡이도 신통치 않다. 포구를 찾는 이들의 발길도 점점 줄어만 간다.

일관제철소 건설에 밀려나다

현대제철의 ‘송산일반지방산업단지’에 포함돼 공원으로 개발될 성구미는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구미 바로 앞바다까지 매립공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30~40% 가량 줄었다. 공사로 인한 어획량도 크게 줄어 어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크기만 하다.
전국의 아름다운 10대포구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웠던 성구미포구. 바다 대신 바다를 메우고 있는 중장비의 모습이 이젠 낯설지가 않다.
저멀리 있던 공사장 대형 장비와 대형트럭들이 이젠 바로 코 앞까지 왔다. 처음엔 공사소음으로 밤새 뒤척였지만 이젠 공사장의 장비소리가 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 될 정도다. 마을 진입로부터 보이는 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은 성구미 포구의 또 다른 풍경이 되고 있다.
포구 좌판 아낙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요즘 마을에서는 어업보상이 한창이다. 평생 배 한척 가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으며 살았는데 이젠 성구미 앞바다에서는 고기잡이도 할 수 없게 됐다.
마을 사람들은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 바란다. 아니 가능하다면 예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내년부터는 한동네 모여살던 사람들도 하나둘 마을을 떠나야 한다.
지난 면민체육대회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모처럼 시름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체육대회에서 우리 마을이 1등을 차지했다.
마을 사람들은 또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로잔치를 연다고 한다.
겹겹이 이어지는 파도와 출항을 기다리는 어선들. 그 앞에선 간재미 등 싱싱한 생선들이 태양아래 널려있다. 포구의 한가로움 속에서도 바삐 손길을 움직이는 아낙의 모습과 이곳을 찾은 이방인들의 여유로운 모습. 당진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성구미포구의 하루는 이제 역사속에 남겨지게 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성구미 포구
내년부터는 정든 고향 마을에서 떠나야
낚시배 오가던 포구는 이제 산업단지공원으로

성구미 위에 새겨지는 산업화

당진군은 지난 1992년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와 부곡지구를 비롯해 현대제철소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일반산업단지 123만평, 송산제2일반산업단지 169만5천평, 석문국가산업단지 360만평, 합덕일반산업단지 30만평, 합덕테크노폴리스 137만평, 황해경제자유구역 395만평 등 전국 최대규모의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단지와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인해 송산면 가곡리와 동곡리, 유곡리, 합덕 석우리와 소소리, 순성의 본리, 중방리, 송악면 부곡리, 오곡리, 복운리, 한진리 등 수많은 마을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2005년 5월 당시 INI스틸(현대제철소)이 송산면 동곡리와 가곡리 일원에 일관(고로)제철소 건설을 발표하자 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당시 주민들과 각 사회단체, 언론은 환경피해를 우려하며 반대운동을 벌였다. 군청앞에서 천막농성과 대규모 집회 등 수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주민들과 각 사회단체, 지역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남도는 2006년 1월16일 결국 송산일반산업단지를 승인했다. 주민들의 8개월여간 싸움은 결국 많은 상처를 남기고 끝났다.
이후 현대제철은 송산산단을 추가 확장하면서 성구미포구가 추가확장지역에 포함되었다. 현대제철은 성구미지역을 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성구미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한다.

어느 미군의 아들이 전해준 선물

1952년 한 주한미군이 성구미 포구에 주둔하면서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이 미군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들고 다시 이곳 성구미를 찾은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의 아들을 기억하지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미국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찍은 성구미포구의 오랜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성구미 마을에 선물로 전해주고 갔다.
이 사진에는 당섬과 가옥 몇채만 있는 성구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훼손되지 않은 성구미 앞바다의 모습, 가을철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탈곡하고 있는 모습 등이 소중하게 사진에 담겨져 주민들 손에 건네졌다.
김광운 이장은 “몇년전 우리마을 찾은 한 외국인에 의해 전해졌다”며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주둔하면서 우리마을을 찍은 사진을 들고 찾아왔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지금은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해준 성구미의 옛사진은 우리마을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었다”며 “이제 성구미도 그 옛 사진에서 처럼 사진으로만 남게돼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운연  uychoi@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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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당시 성구미 입구 염전의 모습과 당산 앞바다의 모습

1950년(왼쪽)의 성구미와 2008년(오른쪽)의 성구미 모습

송산산단공사가 포구 바로 앞까지 진행됐다. 포구에서 장사하는 마을 아낙들은 손님들의 발길도 끊긴지 오래라며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요즘 한창 놀래미와 꽃게가 나오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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