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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을 2] 송악면 부곡1리

상록수 마을이 사라진다
염전으로, 맨손어업으로 자식 키운 곳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최운연l승인2008.09.15 00:00l(7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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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훈선생의 상록수 집필지인 필경사  
 

▶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기존 고대부곡 공단을 합친다면 전국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속에서, 역사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불리웠던 성구미포구는 산업단지에 수용됨으로써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12월21일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고 경기·충남·대구·경북·전북 3개 지역을 대상지역으로 추가선정했다. 이어 4월25일 당진 송악지구를 중심으로 한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7월22일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이 개청됐다.
송악지구는 황해경제자유구역의 중심축으로 국제, 업무, 상업, 주거 등이 복합된 첨단산업과 국제업무타운 도시로 알엔디(R&D)와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첨단산업의 클러스터로 조성될 계획이다.
송악지구가 개발되면 송악면 9개리 마을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한다. 그중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소식 발표 직후 찾은 당시 부곡1리의 분위기는 한겨울 추운 날씨처럼 마을주민들에게는 매서운 칼바람 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주민들은 대동회를 앞두고 마을회관에 연일 모여 걱정을 쏟아냈었다.
부곡1리를 9개월여만에 다시 찾았다. 상록초등학교를 돌아 마을로 들어서자 상록교회가 보였다. 이곳을 지나 조금더 들어가자 심훈선생이 소설 상록수를 집필했다는 필경사가 나왔다. 필경사 주변으로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주민들은 때늦은 늦더위 속에도 농사일로 손길이 분주했다.
부곡리 마을주민들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바다에 나가 바지락이며 굴을 캤다. 아직도 맨손 어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그러나 1990년 들어서며 아산국가 산업공단(고대지구, 부곡지구)이 들어서며 바다는 막혔다. 또 마을의 절반이 산업단지로 수용되면서 이주민들이 생겨났다.
당시 땅을 수용당해 보상받은 돈으로 그리 멀지 않은 동네 한 귀퉁이에 집을 짓고 이사왔다는 허용세(62)씨는 “당시 보상받은 돈으로 땅도 몇평사고 집도 튼튼하게 지어 평생을 살려고 했는데 다시 수용당해 나가야 한다니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사갈 곳도 없고 주변땅값은 오를대로 올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들어 다른 마을로 나가 산다는 것 자체가 타지생활”이라며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밤잠을 설칠때가 많다”고 말했다.
허용세씨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 빨리 추진해서 빨리 보상받아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갈수록 마을주민들이 불안한지 마을 인심도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때늦은 무더위로 배추밭이 메마르는 것 같아 물을 주고 있다는 김재훈(66)씨. 김씨의 첫마디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땅 몇평 가지고 농사도 지으며 그럭저럭 먹고 살았는데 보상 받아봐야 얼마나 받겠냐”며 “늙은이들 땅 빼앗아 경제자유구역 만든다는 정부 정책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모친을 모시고 단둘이 살고 있는 이재홍(62)씨는 3대째 부곡1리에서만 살았다. 그는 가지고 있던 땅을 외지인들에게 다 팔고 이제는 집과 집터만 남아 있다. 어렸을 적에는 인근 바다에 나가 고기도 잡고 어머니 따라 갯가에 나가 바지락도 잡았다. 시골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도 몇마지기 있던 땅을 팔아 자식들을 키웠다. 이제 가진 것이라고는 집터뿐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마을사람들이 많았는데 국가공단이 들어서면서 이주한 사람들이 꽤 된다”며 “지금 남아 있는 마을 사람들도 경제자유구역으로 땅이 수용되면 마을을 떠나야 하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송악농협 중흥지점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부곡1리 부녀회장 김영순(65)씨.

“할말이 뭐 있나요. 다 늙은이들인데, 환갑넘은 사람들이 어디가서 어떻게 살라는 건지 걱정이죠. 처음부터 마을 주민들은 반대한 사업이고 마을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추진되는 사업인데 보상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또 뺏다시피 하면서 양도소득세는 그리고 무엇인지...”

김씨도 부곡1리에서 나고 평생을 살아왔다.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농사지으며 1남3녀를 두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살만했다.

“옛날에는 집문열고 나가면 바다가 보이고 염전도 보였는데 이제는 산업단지가 가로막고 있죠. 경제자유구역 발표 이후 일도 손에 안잡히고 마을 사람들도 심난하기는 마찬가지죠.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 하는데...”

김씨는 “마을 주민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니 그에 맞지 않는 보상 없이는 마을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운연  uychoi@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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