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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사라지는 마을] 삶을 잇기 위해 시작한 포도밭 위기에 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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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의 포도밭, 합덕테크노폴리스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

▲ 1. 순성면 본1리의 표지석과 마을입구 풍경 2. 순성면 본1리 가화포도밭 전경 3·4. 1996년 8월 말에 열린 제1회 포도대축제 모습 5. 박상일 주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6. 고내현 가화포도작목반 회장 7. 본1리에 1969년 ‘가화포도’를 처음 도입한 오재환씨

섯번째 - 순성면 본1리

 

● 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기존 고대부곡 공단을 합친다면 전국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속에서, 역사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불리웠던 성구미포구는 산업단지에 수용됨으로써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당진군의 대표적인 포도재배단지인 순성면 본1리 ‘가화포도’는 1969년 오재환(86)씨가 도입해 주변 농가들에게 파급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당진군의 대표적인 포도단지로 자리잡았다. 약 4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이 합덕테크노폴리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1996년 첫 가화포도축제를 연 후 6회의 포도축제를 개최했었다. 비록 지금은 예산부족과 행정의 지원 부족 등으로 포도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그 명성 만큼은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가을 한창 벼베기에 바쁜 지난 10월 중순 순성 본1리를 찾았다. 과수원들을 당진의 대표적인 포도재배단지 답게 곳곳에서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다.

당진군의 합덕테크노폴리스 추진 발표 이후 마을 주민들은 포도 수확을 제쳐두고 군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난 13일 마을 주민들은 또 한차례의 반대 집회를 군청앞에서 벌였다. 이들은 무조건적인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인근마을 주민들과 연대해 반대 의견서를 당진군과 충남도, 중앙정부 등에 제출하는가 하면 군수를 수차례면담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공장이 들어서고 산업화가 된다고 해서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처럼 살아온 방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다.

  가화포도의 역사 오재환씨

순성면 본1리에 가장 먼저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오재환씨는 가화포도단지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그가 본1리에서 포도를 맨처음 재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53년 부모님과 형님내외 등 10식구가 피난을 내려와 정착한 곳이 본1리다. 정착하고 3년동안 나라에서 주는 배급에 의존하며 살아 왔다. 당시 오재환씨를 비롯해 28가구 약 150여명이 국유지였던 이곳에 정착했다. 본1리 주민들은 이곳을 정착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씨에게는 본1리가 제2의 고향인 셈이다. 선친의 묘도 집에서 불과 몇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자식들도 이곳 본리에서 나고 자라 출가했다. 척박했던 땅을 일구며 살았지만 삶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재환씨는 합덕에서 제과점을 하는 친구의 소개로 포도밭 750평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것이 1969년도의 일이다.

몇 년후 750평의 포도밭에서 당시 쌀 150가마에 버금가는 상상도 못할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를 본 마을주민 한 두사람이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장려하게 됐다.

“88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장려하자 포도값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가화포도만의 경쟁력은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아.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까.”

오씨는 산업단지로 가화포도단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에 누구보다 아쉬움이 가득하다.

“40년의 역사속에 6번의 포도축제를 포도작목반 스스로 개최할 만큼 당진의 대표적인 곳인데 말이여. 이런곳에 산업단지를 세우겠다는게 말이나 돼? 산업단지를 개발하고 기업을 유치해야만 사람들이 잘사는 것이 아닌데두 말이여. 그냥 둬도 잘사는 데 그저 공장을 유치해서 개발하려고만 해.”

그는 “전쟁당시 모든 것을 몰수 당했는데 이번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면 또 다시 모든 것을 몰수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평생 농사지으며 몸을 움작여 왔는데 무엇을 하며 살라는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젊음을 바친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인데…

집회 다음날 합덕테크노폴리스 전면 백지화를 위해 주민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화포도작목반 고내현 회장은 그동안 집회며 대책위 회의 등의 활동으로 그동안 수확하지 못한 포도를 정리하고 있었다. 수북히 쌓여있는 바구니 속에는 상품화 하지 못한 청포도가 가득했다. 고내현 회장은 다른 가공식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포도알을 따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1년 365일 중 단 5일만 쉰다는 고내현씨.

“어제부터 서울에서 포도주 박람회가 있었는데 집회 때문에 가보지 못해서 아쉽네요. 집사람이 같이 가자고 수일전부터 이야기 했지만 당장 산업단지가 들어 온다고 하니 다른 것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지금이라도 집사람과 같이 가고 싶은데 일이 잔뜩 밀려 있어서...”

그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다른 화제로 돌리기 위해 흰봉지에 싸여 있는 포도 한송이를 건네며 “남은 포도는 이렇게 포도알을 따 잼을 만들거나 다른 가공식품을 만든다”며 “2000년에 당진에 내려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포도밭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포도 가공식품을 계획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 당진에 내려와 지난해부터 본격 수확에 들어 갔는데 갑자시 산업단지라니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됐구요. 지켜야죠. 젊음을 받치고 앞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터전인데요”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제 꿈은 가화포도를 이용해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처음 고향에 내려와서부터 꼭 가화포도를 이용해 포도주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죠. 여러 가지 위험부담과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이 가로 막고 있지만 언젠가는 도전 할 것입니다.”

 

“농사꾼이 농사를 지어야지”

“총 7개반 중 3개반이 합덕테크노폴리스에 포함됩니다. 30~40가구가 되는 데 마을의 1/3이 됩니다. 그중 가화포도단지는 반 이상 포함되죠.”

지난 6년 동안을 본1리 이장을 맡아 오다 이번에 주민대책위 본1리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박장일씨 그는 합덕테크노폴리스를 막기 위해 머리까지 삭발했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면서 텔레비전에 머리깍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저나 우리마을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박 위원장은 “끝은 보이지 않고 주민모두가 강력하게 반대해도 군수는 요지부동”이라며 “최선을 다해 막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단지가 개발되고 공장이 들어선다해도 남아 있는 사람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인근 마을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하겠다며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산업단지 입주를 막기 위해 싸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일 위원장은 “주민들이 원하는게 진정으로 무엇인지 행정과 민 군수가 헤아려야 한다”며 “당진군에서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충남도와 중앙정부를 찾아가서라도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위때 많은 군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에 미안하기만 할 뿐입니다. 생사가 달려 있는 문제라 집단행동을 보였지만 우리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게된 군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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