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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9 19:4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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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물결 넘실대는 서해안의 등대 오서산

▲ 홍성, 청양, 보령의 경계에 우뚝 솟은 오서산은 금북정맥의 최고봉으로 가을이면 정상의 억새숲을 보기 위해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든다.

□ 편집자 주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고 했다. 그는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여리쯤에 가야산이 있고 서쪽은 큰바다가, 북쪽은 경기도 바닷가 고을과 큰 못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동쪽은 큰 들판이고 남쪽은 오서산에 가려져 있는데 가야산에서부터 이어져 온 맥으로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고을을 내포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내포문화권이라고 지칭되는 이 지역은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문화와 생활형태를 보여 왔고 충남도에서는 내포문화권 개발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본지는 당진군과 인근 시·군(예산, 홍성, 서산, 태안)의 명소를 찾아 소개하고 보도함으로써 내포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 5일제를 맞은 지역주민들의 여가생활에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

 

※본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일요일 오후 1시, 가을이 가기 전에 오서산의 억새밭 풍경을 취재하겠다는 생각에 높은 구두를 신었다는 것도 깜빡했다. 광천시장에 들러 만원짜리 운동화를 샀다. 제법 가볍고 발에 꼭 맞는 것이 이만하면 응급조치로 손상이 없을 듯하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시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파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 물든 오서산이 눈에 들어온다.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烏棲]라고 불리는 오서산은 보령시 청소면과 청라면, 청양군 화성면, 홍성군 광천읍 경계에 걸쳐 있다. 장항선 광천역이 가까워 철도산행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가을, 오서산을 찾는 이유는 정상에 펼쳐진 억새풀을 감상하기 위한 것. 정상에서 즐기는 은빛 억새풀밭은 가파른 산을 힘겹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금북정맥의 최고봉, 오서산

등산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 카메라에 취재수첩까지 손에 든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건지 산을 오르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던진다. 그렇게 입고 정상까지 올라가려고 하냐는 말부터 정상 갈대밭이 장관이라며 올라가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는 이야기, 파이팅! 이라는 응원까지. 산에 오르는 이들은 모두 열린 마음이 되는 걸까, 좁고 위험한 산길에서 마주칠수록 서로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와 가벼운 인사가 잦아진다.

오서산은 높이 790m로 경기도 안성에서 금강의 서북쪽까지 이어지는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정상까지 바위가 발달돼 있고 급경사로 등산코스가 비교적 험하다. 반면 하산코스에서는 완만한 곡선이 이어지며 바위지대가 흔하지 않다.

등산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에서 시작해 능선 안부를 지나 정상에 오른 뒤 억새숲을 감상하고 상담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와 홍성군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시작해 정암사를 지나 정상에 올라 남릉으로 내려가 성연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이 두 코스는 길게는 5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코스다. 조금 더 가벼운 등산을 원할 때는 정암사에서 오서정까지 올라가 억새풀을 즐기고 중담마을로 내려오는 2시간 짜리 코스도 있다. 물론 등산로 지도를 보고 개인의 체력과 시간 등을 고려해 자신만의 등산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다.

 

‘서해안의 등대’ 정상에 펼쳐지는 억새숲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주차장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30여분 급경사를 오르면 정암사가 보인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사찰 입구에는 지역작가들의 시가 전시돼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옆으로/ 우거진 잡목들은 가을바람에 속삭이고/ 어렵사리 오른 정상에는/ 하얀 억새풀이 은빛 파도를 치는구나/ 바람아 불어라/ 드넓은 대지위에 하얀 억새꽃은/ 어디론지 날아가리라(임태환씨의 오서산에 올라 中)>

어느 여승의 찬불가가 울려 퍼지는 정암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서게 된다. 낙엽들이 곱게 깔린 급경사 지능선을 따라 1시간가량 오르면 하늘을 덮고 있던 키 큰 나무들이 잦아들고 맑은 가을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들의 키가 작아졌다는 건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 바위 하나를 넘으니 눈앞에 은빛 억새숲이 펼쳐진다. 억새숲이 가까워지자 후덥지근했던 온몸을 단숨에 서늘하게 만드는 찬 바람이 불어왔다. 옷깃을 여미어도 정상의 가을바람은 제법 매섭다.

어깨 위까지 자란 억새숲에 서서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서해의 등대라는 별칭에 걸맞게 서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막바지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 햇살에 반짝이는 저수지와 고요하기만 한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 저 아래에는 여전히 복잡다난한 일상들이 펼쳐지고 있겠지.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세상은 저리도 고요한데...

 

힘들게 산을 오른 자에게 주어지는 정상에서의 성취감과 풍경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값지다. 억새숲에서 잠시 풍경을 즐기고 뒤서거니 앞서거니 함께 산길을 올랐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저물기 전에 산을 내려왔다. 하산 뒤에 맛보는 광천막걸리와 도토리묵 무침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 단지 여느 유명산 입구에 줄지어 서있는 식당가가 담산리에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듬성듬성 가든이 몇 개 있고 주차장 안쪽 작은 가게에서 막걸리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팔고 있다.

우현선 기자 mirina16@djtimes.co.kr

 

●가는길

•자가용: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국도29번-홍성

•열차:장항선 광천역-상담행 버스 혹은 택시이용

•버스:당진시외버스터미널

 

●오서산 자연휴양림 이용안내

•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산52-2

•수용인원:최대 1000명/일, 최적 500명/일

•이용문의:(041)936-5465, 936-5468

•이용요금:숲속의집 4인실 기준 32,000원

•입장료: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등산코스

•주차장 - 아차산등산로 - 던목고개 - 오서정 -

정상(억새풀) - 병풍능선 - 공덕고개 -

광성사방댐 - 주차장(광성리) 소요시간 5시간

•주차장 - 정암사 - 오서정 - 정상(억새풀) -

쉰질바위 - 능선삼거리 - 쉼터 -

주차장(담산리) 소요시간 2시간30분

•주차장 - 정암사 - 오서정 - 중담마을 -

주차장 소요시간 2시간

 

●인근 관광지

홍주의사총 / 마애삼존불상 / 홍주성

결성농요농사박물관 / 광천시장

그림이 있는 정원 / 한용운선생 생가지

김좌진장군 생가지 / 남당항 / 용봉산

 

●숙박시설

광천읍 뉴월드모텔:041-641-6767

신촌파크:041-641-6611

홍성읍 까치소리:041-634-8853

홍성온천파크:041-633-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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