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진을 들춰보니 옛 추억이 새롭다. 그동안 찍은 사진을 넣어 보관만 해뒀지 막상 볼 기회가 없었다. 젊어서 같이 찍은 분들이 벌써 절반이상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흐르는 게 눈에 보인다. 사진첩에서 하나둘 꺼내본 사진을 통해 내 흘러간 시간들을 재조명할 수 있어 보람있는 시간이 됐다.
첫 번째 사진은 1985년 당진 향교 유림회관에서 찍은 사진이다. 유장(선비의 제일 어른)을 맞고 있던 시남 이병태 선생님과 유림회관을 건립한 당진향교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왼쪽 앞줄 두 번째가 나다. 시남 선생님은 중용, 대학, 논어, 맹자의 경서에 대해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이기도 하다. ‘인지위덕’은 선생님께서 ‘참고 기다리면 덕이 된다’는 뜻에서 내게 준 글귀다. 이 글귀를 지금까지 나는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두 번째 사진은 향교 석전행사시 관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TV 드라마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낯선 복장이다. 관은 헌관과 집례, 대축만이 입을 수 있는 제례복이다. 그 외 사람들은 유건도포를 입게 된다. 첫 번째 사진과 이 사진을 통해 현대인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성현들을 숭배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봤으면 한다.
마지막 사진은 1986년 당진 남산공원에 있는 이재서 ‘전 성균관장 기적비’를 세울 때 찍은 사진이다. 당시 나는 당진향교 총무수석장의를 맡고 있었다.
기적비가 세워지고 남산 공원의 면모도 많이 달라졌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사회와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변했지만 유림정신은 우리 인류의 윤리와 도덕으로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