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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기획취재ㅣ사라지는 마을 여덟번재… 순성면 중방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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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 골프장 만든다고 떠나라니..."

●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기존 고대부곡 공단을 합친다면 전국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속에서, 역사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불리웠던 성구미포구는 산업단지에 수용됨으로써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골프장 조성되면 인근 농지, 삽교천까지 오염될 것”

“주민들 위한 대안없는 개발, 중단하라”

“내 땅을 가져가고 내 목숨도 가져가라”

“토지강제수용 결사반대”

“대대손손 가져온 땅, 산업단지 웬말이냐!”

- 중방2리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의 문구들 -

 

한창 벼 수확이 끝난 중방2리의 풍경은 대체로 한가롭고도 평화로워보였다. 사과밭에는 탐스럽게 영근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고 벼 수확이 끝났지만 마을 사람 몇몇은 밭에 나와 무와 생강, 콩 등 밭걷이로 분주해보였다. 하지만 마을을 돌며 합덕 테크노폴리스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주민들은 마을 안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에 반감을 크게 표하고 있었다.

 

“큰소득 없는 골프장 주민 몰아내며 할 필요있나”

중방2리 마을회관 건너편 축사에서 한우를 기르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장하(49) 새마을지도자와 이성하(57)씨 형제를 함께 만났다. 이 새마을지도자는 형과 함께 4대째 중방2리에서 살고 있다.  

“6남매 중 누님 두 분은 출가하셨고 형님과 저는 고향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군 제대 후 쭉 중방2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향이 참 살기 좋더라고요.”

이 새마을지도자는 중방2리에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중방2리가 경관이나 입지조건이 다른 곳보다 좋은 곳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어릴 적 겨울이 되면 먹을 게 없었어요. 그래서 새집을 찾아 알을 꺼내서 먹기도 하고 참새를 잡아먹기도 했죠.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고향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었죠. 중방2리만큼 좋은 동네가 없을 정도에요.”

또 “경기도 안 좋고 한미 FTA 관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 가격이 하락해 축산농가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을 개발로 인해 떠나야할지도 모른다니 눈앞이 깜깜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하씨는 중방2리에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인데 알고 보면 골프장 건설이 지역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골프장 건설 계획이 처음 18홀에서 9홀로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들으니 골프장 운영으로 인한 세금이 군 재정에 보탬이 되는 비율이 적다고 하더라고요. 실수입이 크지도 않은 사업을 마을 주민들을 내보내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개발로 인해 실질적인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군에서 잘 따져보았으면 좋겠어요. 개발하나 마나한 걸 굳이 할 필요는 없는 거죠.”

 

주민 구제할 대안 없는 개발은 ‘전면 반대’

중방2리는 본래 면천군 가미면(嘉未面)의 지역으로 중방들에 마을이 형성되어 중방들 또는 중방평이라 불렸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상중방리, 중중방리, 하중방리, 공수동 일부와 신남면의 창리(倉里), 일양일(日場日)을 병합해 중방리라 해서 당진군 순성면에 편입되었다가 이후 다시 중방1리와 중방2리로 나뉘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방2리는 공수골, 장터골, 한우물, 흐르네, 여술, 비석골 6개의 자연부락으로 형성되었다.

한문우(60) 중방2리장은 110세대 가량이 중방2리에 살고 있다며 주민 대부분 5~60세대로 비교적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젊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방리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을 기반으로 살고 있습니다. 20년 전부터는 과수농가도 제법 크게 하고 있습니다. 또 축산농가와 인삼 등도 재배되고 있기도 합니다. 중방2리에는 농업은 물론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이장은 집 근처에 옻샘이 있었다며  얕은 우물이었는데 옛날에 옻이 올랐을 때 우물물로 닦으면 말끔히 낫는다고 해서 옻샘이라 불렸다고 말했다.

“옻샘은 이제 전설만 남고 없어졌어요. 또 중방리와 소소리의 경계였던 명월산은 도로가 뚫리면서 절반만 남았죠. 옛 자연부락 중 흐르네는 지금 현재 중방2리 마을회관 쪽인데 흐르네 천의 물은 남원천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도로 한 켠에 있는 과수농장에서 만난 김진섭(81) 씨는 중방2리가 개발된다고 해서 마을이 어수선하다며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찬리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50년 넘게 중방2리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왔다. 중방2리에서 과수농장을 시작한 그는 세 아들을 두었고 이중 두 아들은 현재 중방2리에서 아버지처럼 과수농장을 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아찬리에서 중방리를 거쳐 다니면서 여기에서 사과를 재배하면 좋겠구나 생각했어.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 여기로 이사와서 과수농장하며 이제껏 살았지.”

김씨는 예전에 중방리는 전부 산이었다며 농토가 생기고 삽교천 물이 들어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중방2리는 당진에서 알아주는 부자 마을이라 할 수 있지. 그만큼 농토도 많고 기후 조건이 농사나 과수재배를 하기에 아주 좋아. 여기는 다른 지역이 폭우나 태풍 피해를 입을 때도 큰 피해가 없을 정도였지.”

그는 “주민들이 몇 세대에 걸쳐 삶의 터전을 이뤄온 땅에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걸 이해 못하겠다”며 고향에서 지금처럼 자손대대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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