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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사라지는 마을] 아홉번재…송산면 가곡1리 “수산물, 염전 등이 많았던 효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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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 전시회 열어 고향 잃는 아픔 달래 “논에 기름이 둥둥… 환경오염 악화 우려돼”

 

▶편집자주/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개발을 앞둔 송산면 가곡1리에 얼마 전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지난달 28일 가곡1리 부녀회와 청년회, 새마을회를 비롯한 마을 주민은 경로잔치겸 마을의 옛 모습과 추억이 담긴 옛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사진들을 보며 가곡1리에서의 추억을 더듬어갔다. 이날 전시회에는 바다였고 또 염전이 많았던 가곡1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부터 4~50년전의 약혼사진, 60년 전의 결혼 사진, 돌사진, 학창시절 사진 등 여러 가지 사진들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가곡1리는 효의 마을”

손국현 이장은 “이번 사진전을 통해 마을과 주민들의 예전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라고 말했다.

“개발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름을 조금이나마 잊기 위해 추억사진전을 준비했습니다. 요즘 가곡1리 주민들은 보상보다도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습니다.”

손 이장은 “해마다 가곡1리에서는 경로잔치와 매월 1일에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 대접을 하고 있다”며 “가곡1리는 자손들이 모두 협조해 마을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있는 효의 마을인데 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긴 한숨을 내셨다.

김응택 전 이장은 “전국 어디를 가봐 도 가곡1리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며 “현대제철에 뺏기고 가는 셈”이라며 한탄했다.

“지금 가곡1리는 농업 위주지만 예전에는 농업이 부업이었고 어업이 우선이었어. 염전도 많았지. 작년에 마지막 하나있던 염전이 결국 문을 닫고 말았지. 지금은 개발이다 뭐다 해서 마을 곳곳에 공장이 들어섰어.”

 

“7개 자연부락으로 형성된 가곡1리”

가곡1리는 원래 면천군 창택면의 지역으로 지형이 가사(袈裟, 가위)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삿골, 가사골로 불리웠다. 현 가곡리는 1914년 행정개혁 통폐합에 의하여 여러부락이 합쳐져서 가곡리가 되었고 이후 가곡1리와 2리로 나뉘어졌다.

가곡1리는 창리, 가삿골, 두포, 목벌, 시영개, 동안이, 고미 등 7개 자연부락으로 형성되었다. 창리(倉里)는 과거 창말이라 불렸던 곳으로 가곡 서북쪽 바닷가에 있는 마을로 이조때 현물조세를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창리라 불렸다. 두멍개라 불리웠던 두포(斗捕)는 가삿골 북쪽에 있는 마을로 앞에 개포가 있고 지형이 두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두멍개라 이름이 붙여졌다. 시영개는 시영제라 불리웠던 곳으로 창말 북서쪽 갯가에 있는 마을이며 목벌은 시영제 서쪽 해안쪽에 있는 마을로 삼보염전으로 막혔다. 동안이는 예전에 마을 안을 부르던 이름.

손국현 이장은 현재 150여 세대가량이 살고 있으며 개발로 인해 꾸준히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곡1리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평균 연령은 4~50대라고 덧붙였다.

 

“보릿고개가 뭔지도 몰랐던 마을”

손국현 이장은 가곡1리는 보릿고개에도 끄떡없었다며 바다에서 수산물을 어획해 당진시장에 내다 팔고 그랬다고 했다.

“각종 수산물이 인근 바다에서 아주 많이 잡혔지요. 당진시장에서 가곡리 사람들이 아니면 장사가 안 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손 이장은 현재 마을회관 뒤편이 창리였다며 창리가 바다였던 시절, 농어와 숭어, 민어, 낙지, 꽃게 등 안 잡히는 해산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밴댕이는 그물을 던져놓으면 그물코에 밴댕이가 수두룩하게 걸렸어요. 물반, 고기반이었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또 가곡1리에서 생산되는 김은 다른 곳보다 등급을 더 높게 받았을 만큼 그 질이 좋았죠.”

하지만 간척과 개발로 가곡1리는 서서히 변해갔다. 석문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바다가 막혔고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을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

“전에 시루지라는 백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개발로 다 없어졌습니다. 봉이 두 개 있는 두봉산도 공장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1개밖에 남아있지 않고요. 염전이 있던 곳에는 공장이 들어섰고 앞으로는 간척되어 만들어진 논들이 사라지고 공장들이 들어서겠죠.”

가곡1리3반에서 도리채로 콩타작 중인 신계환 씨를 만났다. 신 씨는 가곡1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고향에서 살며 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에 하나 남았던 염전이 결국 문 닫고 말았어. 예전엔 염전도 많고 물고기도 많이 잡히고 그랬는데 이젠 다 옛날 얘기가 돼버렸지. 이웃집에 경사가 있거나 하면 서로 축하해주고 정답게 잘 지내온 인심 좋은 마을이었는데......”

신 씨는 개발로 인해 걱정이 많다며 말끝을 흐렸다.

“3차까지 개발이 된다면서? 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땅이나 집을 사면 남는 것도 없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구먼.”

밭에서 마늘심기에 한창인 최종덕 씨는 현대제철 협력업체들이 가곡1리에 입주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환경오염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논물에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콩 같은 작물은 잘 여물지도 않을 만큼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환경오염이 심해졌어. 며칠 전엔 숲에서 씀바퀴를 캐다가 토끼를 줬는데 그거 먹더니만 죽더라고.”

최 씨 역시 보상 받아도 문제라며 “안 떠날 수도 없고 떠나자니 갈 데도 없다”며 “내년도에 이주해야 하는데 돈은 적게 주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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