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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부분 땅 없는 임대 영세농 "평생 농사짓던 늙은이는 어찌 살라고..."

기획취재 사라지는 마을
열번재…송악면 복운1리

●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기존 고대부곡 공단을 합친다면 전국 최대 규모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 전체가 지도속에서, 역사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 10대 아름다운 포구로 불리웠던 성구미포구는 산업단지에 수용됨으로써 이제는 역사로만 남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서해바다와 인접해 있는 송악면의 마을들은 얼마 전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고시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복운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복운리에는 공장과 이주단지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고 있는 이주단지와 달리 인접해있는 복운1리는 지금도 전형적인 시골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같은 복운리지만 서로 다른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어딜 가도 지금처럼 살 수 없어”
 도시화되어 있는 이주단지를 지나 복운1리에 들어서자 추수가 끝난 탓인지 황량한 논과 지붕 낮은 집들이 듬성듬성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로 더 들어가자 김장철을 맞아 무, 배추 등 밭걷이에 분주한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에 내다 팔기위해 무 뽑기에 한창인 이찬열(61) 복운1리 새마을지도자와 최계정(59) 부녀회장, 이화자(51) 부녀회 총무는 개발에 대해 묻자 잠시 일손을 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이 원치도 않는 개발을 한다고 하니 불만이죠. 고향을 떠나 이제 어디 가서 무얼 하며 먹고살지 심란하고 막막해요.”
 최 부녀회장은 “풍족하진 않아도 그 동안 복운리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걱정”이라며 “앞으로 고향을 떠나 살 걸 생각하면 잠도 안 온다”고 무 뽑기를 멈추고 긴 한숨을 내셨다.
 이 총무는 “먹고살기 힘든 요즘 같은 때에 어딜 가도 지금처럼 살 수 없다”며 “개발 지역으로 묶여버리면서 재산권 행사도 못해 이도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래도 땅이라도 있는 사람은 보상이라도 받으니 다행이죠. 복운리의 땅 대부분은 이미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어요. 마을사람들은 임대농으로 살아가고 있는 형편인데 개발한다며 나가라고 하면 뭘 할 수 있겠어요. 집 없는 임대농들은 돈 한 푼 보상 못 받고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되는 거에요. 그러니 쫓겨나는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이 지도자는 개발이 아니라 강제로 주민들의 땅을 뺏어가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민 군수가 당진을 죽이고 있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땅값이 싼 곳만 골라 아주 다 쑤셔놓고 있지. 복운리 일대는 개발로 다 묶여버려서 팔수도 없고 주민들은 강제로 쫓겨날 판이야. 주변 지역 땅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몇 십 만원 밖에 안하는 보상을 받고 어떻게 나가 살라는 건지 참...”
 이 지도자는 “한때 복운리는 바다가 인접해 있어 농업보다는 어업이 더 발달했던 마을이었다”며 “살기 좋은 마을이자 정이 넘치는 마을이었다”고 회상했다.

마을엔 영세농, 대농이 대부분...
 복운리는 복포(伏浦), 굴머리, 오류동(梧柳洞), 광대굴(光大窟), 구레의 자연부락들이 모여 형성되었다. 복포는 복개로 불리던 곳으로 하운(下雲) 동쪽 바닷가 마을을 지칭했다. 굴머리(구름머리)는 마을 하늘에 구름이 자주 걸친다 하여 구름머리라고 하다가 굴머리로 불리게 된 곳으로 복운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옛 면천군 초천면 상운리, 하운리 지역을 가리켰다. 굴머리의 윗쪽은 상운(上雲), 아래쪽은 하운(下雲)으로 각각 불렸다. 오류동은 굴머리 서쪽에 있는 마을로 오리형국을 하고 있어 오릿굴이라고도 불렸고 광대굴은 복개 북쪽에 있는 마을로 광대동이라 불렸다. 구레는 오릿굴 옆에 있는 마을로 구레산 밑에 원(院)터가 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동제원(東濟院)의 터가 아닌 가 추측되는 곳이다.
 복운리는 본래 옛 면천군 중흥면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상운리, 하운리, 복운리 등의 일부가 병합되어 당진군 송악면에 편입되었다. 복운리라는 이름은 복포와 상운의 각 한 글자씩을 따서 지어졌고 후에 인구증가로 1리와 2리로 나뉘어졌다. 
 복운1리 복지회관에서 만난 마을노인들은 마을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개발로 인해 마을이 어수선해졌다고 말했다.
 정낙효(76)씨는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정착하고 살 수 있겠느냐”며 개발이 안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금도 살기 힘겨운데 고향을 떠나 어디를 가겠어. 경제도 어렵고 그냥 여기에서 남은 여생 살고 싶은 마음 뿐여.”
 김호옥(77)씨는 “복운리에는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남의 땅에서 농사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임대농들은 보상도 못 받고 농사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다 늙어서 어딜 가겠냐”며 한탄했다.
 정진권(69) 씨는 “복운리는 화수분이라고 할 정도로 어업이 성행했던 곳으로 굴, 바지락, 낙지, 고동이 풍성했다”며 “살기 어려워도 그때 그 시절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 복운1리 이찬열 새마을 지도자

“제대로 된 보상가 지급돼야”

 “인근 지역은 평당 4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여기는 개발지역으로 묶여있어 매매가 제한되고 있어서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복운1리 이찬열 새마을 지도자는 개발에 대한 위기감도 크지만 보상에 대해 뚜렷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뭐 하나 빨리 진행되는 것이 없어 속병이 생길 지경이에요. 보상가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언급도 없고 개발이 어떻게 된다는 말도 없고....”
 이 지도자는 합덕의 예를 들면서 보상 받아도 문제라며 주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똘똘 뭉칠 것을 당부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 생각해요. 개발이 안 되면 제일 좋겠지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면 주민을 위한 보상과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되겠죠.”

 인터뷰 - 복운1리 최계정 새마을 부녀회장

“복운리는 제2의 고향”

 복운1리 최계정 새마을 부녀회장의 고향은 고대면 옥현리로 시집을 오면서 복운리에서 살게 되었다.
 “시집오면서부터 여기에서 살았으니 한 30년은 더 넘었죠. 이젠 복운리는 제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최 부녀회장은 요즘 고향과 같은 복운1리가 개발된다는 소식에 고민이 많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평화로웠던 마을이 개발로 인해 요즘 술렁이고 있어요. 생전 없던 도둑이 생기질 않나 좋은 동네 다 버려놨어요. 길 옆에 도로가 생기면서 소음도 심해졌고요. 이웃집에서 개가 짖어도 안 들릴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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