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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178]
거미와 모기와 미치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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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다윗은 거미를 아무데나 거미줄을 치는 더럽고 쓸모없는 벌레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포위돼 빠져나갈 길을 잃게 되었다. 왕은 간신히 어느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그 동굴입구엔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는데 곧이어 그를 추격해온 적군의 병사가 동굴 앞까지 와서는 입구에 거미줄이 있는 것을 보고는 동굴안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그냥 돌아가 버렸다. 다윗왕은 적장이 잠자고 있는 방에 숨어들어가 적장의 칼을 훔쳐낸 다음, 이튿날 아침에 “내가 당신이 자고 있을 때 칼을 가져왔노라” 말해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하려는 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가까스로 적장의 침실에 숨어들어갔는데 칼이 적장의 다리 밑에 있어서 꺼낼 수가 없었다. 단념하고 돌아가려는데 모기 한 마리가 날아와 적장의 다리위에 앉았다. 적장은 무의식중에 다리를 움직였고 그 틈을 이용해 다윗왕은 칼을 빼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은 다윗 왕이 적군에게 포위되어 위기일발의 순간에 처했을 때 그는 느닷없이 미치광이 흉내를 내었다. 적의 병사들은 미치광이가 왕은 아니겠지 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 이야기는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도 반드시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모두는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여서 그런지 아침 이른 시간에 학급에 들어가 보면 한 두 학생만 교실에 와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 한명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교실 이곳 저곳을 차곡차곡 정리하곤 한다. 비록 공부는 잘못하지만 학교에 성실히 참여하고 학급을 위해 헌신하는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일등시민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안에도 이런 학생들과 같은 사람들로 인해 따뜻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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