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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폴리스에서 불티미어까지 이어지는 체사피크만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주민참여

▲ 주정부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체사피크만.
 

□편집자주 | 당진은 전국 최고의 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농업지역이었다. 하지만 서해대교가 개통되면서 수도권과의 거리가 한 시간대로 가까워지고 현대제철이 들어서면서 개발 속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조용한 어촌마을이 사라졌고 현대제철의 부지 매립으로 당진군민들의 휴식처이자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아름다운 포구 성구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합덕산단개발 등 개발로 인해 마을 공동체 16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진행되어야 할 개발이 주민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지역공동체는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의 일방주의와 그 속에서 삶터를 빼앗긴 주민들은 연일 충돌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는 부천 화장장 건설 갈등 현장,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 갈등 사례 등 국내의 환경갈등 현장을 취재하고 미국(10월19일부터 25일까지)의 환경으로 인한 지역사회갈등을 모범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이 진행하고 당진시대, 부산일보, 진주신문 등 15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남쪽으로 애나폴리스에서 부터 워싱턴DC를 지나 볼티미어에 이르는 체사피크만 수변 지역에는 7천만 명의 미국 시민들이 살고 있다. 또한 체사피크만 주에는 델라웨이, 매릴랜드, 뉴욕,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주가 폭넓게 자리하고 있어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체사피크만을 살려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아래 각각의 주별로 개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정화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체사피크만 인접지역에는 애나폴리스에 해군사관학교가 있고 볼티모어 일부에 중공업이 위치해 있지만 워싱턴DC는 서비스 위주의 산업이 발달해 있는 등 직접적인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공해산업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농업 집약적인 농촌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어 이들의 축산분뇨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체사피크만의 오염원 가운데 40%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 부터 워싱턴DC를 중심으로 인구증가에 따른 생활하수와 자동차 배기가스의 증가로 인해 체사피크만의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뉴욕 등 6개 주 정부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주정부와 시민들이 체사피크만을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은 아니다.


블루크랩으로 유명했던 체사피크만

체사피크만은 한때 블루크랩, 굴 등 풍부한 해산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어업작업을 하던 지역주민이 물고기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주 정부에 고발하면서 주정부 차원에서 환경오염 실태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에 2700만 달러의 연방 기금이 투입되면서 과학적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1983년부터 5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체사피크만을 정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체계적인 연구 자료를 작성해 각 주의 파트너들로부터 정화작업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파트너쉽에는 버지니아 등 6개주 정부와 다양한 감시기구, 시민대표 등 민관이 참여하고 있다.

체사피크만은 미국에서 최초로 1980년대 초반 일반 시민들이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만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수질개선을 위한 연구작업 뿐 아니라 어떻게 정화 작업을 하고 정화작업이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체사피크만으로 유입되는 하천에 400여 개의 하수처리장을 건설, 오수 유입을 차단하게 됐다.

체사피크만 프로그램의 홍보부 매니저를 맡고 있는 피트막스씨는 “오염원을 막기 위해 농민들에게 공학적으로 축산분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면서 “체사피크만 수변지역 시민들이 깨끗한 환경속에서 살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홍보작업도 이들의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주민들이 자신의 정원에 뿌리는 화학약품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자신이 먹는 블루크랩 등 해산물에는 민감하다는 사실에 주목 ‘자신의 정원에 화학약품을 뿌리지 않으면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안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게가 살충제로 죽는 것 보다 양념으로 죽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라는 광고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인지 하지 못하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되찾은 체사피크만

이러한 6개주 정부와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노력으로 체사피크만은 되살아나고 있다.

체사피크만의 중요한 어자원인 블루 크랩의 경우 1991년 기준으로 볼 때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1995년에는 50%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환경정화 프로그램의 가동이 본격화 되면서 점차 회복되기 시작해 2008년에는 78%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다. 1990년대 20%까지 감소했던 줄무늬 농어도 2006년에는 180% 이상으로 늘어났다.

체사피크만의 오염 총량도 2억 파운드가 줄어드는 등 이제 체사피크만은 점차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한 지자체간의 협력

체사피크만의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사회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특징은 정부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전부터 시민들이나 이해 당사자들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취합한다는 것이다.

체사피크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기구의 트레비스씨(사진하단)는 “체사피크만 일대에는 7천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 주정부의 노력 뿐 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파트너십에서는 시민들을 참여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한 각각의 지자체가 모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모습에서 지역이기주의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많은 공공사업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해 당사자나 시민사회의 참여가 빈약하다 보니 환경영향평가나 사업이 깊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갈등이 집약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부안사태, 계양산 골프장 건설 갈등 사례 등에서 봐왔듯이 주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을 참여시키지 않고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밀어 부칠 때 감당해야 할 사회적비용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이해 당사자와 시민사회를 참여시키지 않고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로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소송으로, 물리력으로 정부의 사업에 맞서고 있다.

2008년이 마무리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권위주의의 잔재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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