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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사라지는 마을 열세번재… 송악면 중흥리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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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당진군에는 현재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 제1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 단지 입주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내에는 송산제1산업 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추진중에 있다. 이에 본지는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송악면 중흥리는 복운리, 오곡리, 월곡리 등 인근지역과 더불어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예정에 있다. 송악면의 중심부에 위치한 중흥리는 3개반 가량이 개발될 예정인데 이곳에는 대부분 농사를 기반으로 몇 세대에 걸쳐 삶을 영위해온 주민들이 살고 있다.    90년대 동부제철이 들어서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중흥리 일대가 ‘흥(興)’하기 시작했지만 원주민들은 개발이 진행되면서 점차 소외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흥리의 경우 당진군에서 지난해 테크노폴리스 개발지역으로 지정해 마을주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는데 이번에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한번 중흥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죽어도 고향땅에서 죽을겨”
 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3개반 중 한 곳인 중흥리 새장터는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든 탓인지 주변에 텅 빈 농토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 풍경과 달리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힘든 삶을 토로하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평생을 새장터에서 살아온 성상용(70), 정진수(72) 씨는 절대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죽어도 고향에서 죽겠다고 말했다.
 “개발이 시작되면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날 텐데 난 여기 끝까지 남을겨. 농사지으며 백수(白壽)가 다 되신 어머니와 아내랑 셋이 잘 살고 있는데 다른 데 가면 이렇게 살지 못해. 땅도 집도 없이 쫓겨나느니 죽더라도 여기서 죽는 게 나아.”
 성 씨는 새장터에서 농업을 하고 있는 주민 중 대부분이 임대농이라며 외지인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땅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나은 겨. 여기는 65%가량이 외지인들이 이미 땅을 사서 주민들은 남의 땅에서 농사지어서 그걸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어. 이 사람들은 개발되면 그냥 쫓겨나는 거나 다름없어. 경제특구, 무역특구라고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실제 주민들은 거리로 내몰려 거지가 되고 말겨.”
 5대째 중흥리에서 살고 있다는 정진수 씨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뭔 개발이여. 대운하는 또 왜 하려고 하고. 서민들을 위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찾아야지 지금 정부는 서민 죽이고 경제 망치는 일만 하고 있어.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도 10년 넘게 진행된다며? 그때되면 우리는 이미 다 죽고 없을겨.”
 성씨는 집 뒤편의 묘를 가리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한데 조상님 묘소는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고향에서 남은 평생 살려고 했는데...”
 새장터에서 볏단을 묶고 있는 백경현(58) 씨는 개발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중흥리가 고향인 백 씨는 고향을 떠나 공장일을 하다가 15년 전 귀향해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말만 들었지 이렇다 할 주민 이주 대책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어. 요즘 비료값도 오르고 이래저래 먹고살기 힘든데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대책이 없어. 난 무조건 개발이 안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야.”
 백 씨는 사료값이 너무 올라 볏짚이라도 모아 키우고 있는 소에게 줄 요량으로 추운 날에도 불구하고 논에 나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거라도 줘야지. 안 그러면 사료값을 감당할 수가 없어. 비료값도 오르고 사료값도 올라 농업이나 축산을 하는 사람들은 다 울상이지. 이런 상황에서 집도, 땅도 뺏기면 이제 뭘 할겨. 고향에서 농사짓고 살려고 했더니 이제 다 틀렸어.”
 10년전 집을 고쳐 살고 있는 김진욱(59) 씨는 앞으로 고향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고향에서 살려고 집도 고치고 했는데 이젠 다 틀렸지. 농사짓던 것도 이젠 못하니 뭐하고 살지 막막해.”
 김 씨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지금처럼 살다가 죽고 싶다고 말했다.

 

■송악면 중흥리는....

 중흥리는 사하, 신대, 과약, 연곡, 동남대, 새장터, 질마재 등 7개의 자연부락이 합쳐져 마을을 이뤘다. 사하는 절 아래를 뜻하며 신대는 새터로 불리던 곳으로 과약 동쪽 마을을 부르던 지명이다. 과약은 구액이, 구앵이로 불렸는데 옛 면천군 중흥면 과약리 지역으로 중말 동쪽에 있는 마을로 고양이 형태의 탑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비골, 연비 등으로 불렸던 연곡은 절 아래 북동쪽에 있는 마을이며 동남대는 중말 서쪽에 있는 마을로 전에 난초가 많았다고 한다. 새장터는 중흥리 중앙에 있는 중심 마을로 새로 장이 서는 곳이었으며 질마재는 새터 북쪽에 있는 질마(길마)처럼 생긴 질마재 고개 밑에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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