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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대신 볏짚, 쌀겨 등 먹인 거세우로 소득 창출”


▶편집자주… 당진군은 농업웅군이자 축산웅군이다. 경지면적 전국 2위, 쌀생산량 전국 1위이며 한우와 양돈, 양계 등 축산업 또한 전국에서 최상위권의 사육규모를 보이고 있다. 쌀·쇠고기 수입 개방, 조사료가격 상승, 잇단 산업단지 개발로 인한 농지 수용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농축산업에 종사하며 인류에 꼭 필요한 식량 생산에 힘쓰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진에서 씨를 뿌리고 가축을 돌보며 살고 있는 우수농가, 귀농인, 젊은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농촌 현실 그리고 미래 농업의 비전과 의미를 조명하고자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 본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말로 설명 듣는 것 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빠를 거에요. 일단 축사에 가서 몸으로 직접 느껴 보세요.”
당진읍 용현리에 살고 있는 이기용씨는 일반 축산 농가와 다를 것 없는 자신의 축사를 소개했다. 그의 축사는 겉으로 보기에 다른 축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헌데 축사 안으로 들어섰는데 분뇨 냄새가 나지 않았다. 축사라면 한우가 배출하는 분비물의 악취와 파리 등의 벌레가 들끓기 마련인데 말이다.

분뇨 냄새 없애 1석5조의 효과
“축사에서 키우는 소들은 이동 범위가 좁기 때문에 분비물들이 그 자리 계속 쌓이게 되죠. 건강한 한우를 키우기 위해서는 분비물의 처리가 중요해요.”
그는 당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하는 발효제를 사료와 함께 섞어 먹이고 있다. 발효제는 소의 배설물의 악취를 막는 것 외에도 소화기능도 향상 시키는 역할을 한다.
발효제를 섞어 먹이기 전까지 이씨의 소들은 파리와 모기떼, 질병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그는 발효제를 통해 축사 특유의 분뇨 냄새도 없애고 쾌적한 축사 환경을 만들었고 이후 분뇨 냄새를 따라 모이는 파리와 모기 등의 수가 줄어 질병 예방에 큰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축사 한쪽에 모아 놓은 분뇨들을 주변 농가에서 서로 달라고 난리에요. 비료로 쓰기 좋다더군요.”
그는 주변농가에 분뇨를 지급하고 농가에서 필요 없는 쌀겨를 얻어 온다. 얻어온 쌀겨는 소들의 먹이로 쓰인다.

사료값은 폭등하고 한우값은 폭락하고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축산업을 시작했어요. 소득을 올리기 위해 축산을 시작 한 거죠. 농업만으로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었죠. 집에서 키우던 농우를 시작으로 한 마리, 두 마리 늘려 나가다 보니 어느덧 70여두의 소를 키우게 됐어요.”
이씨는 농촌에서 태어나 복합영농을 하며 생활해 왔다. 쌀, 꽈리고추, 담배 등을 재배해 자급자족하고 남는 작물들을 판매 했다.
그에게 소는 트랙터, 경운기를 대신해 밭일도 돕고 때론 송아지를 출산해 목돈을 마련하는 값진 보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료가 따로 있었나요. 지천에 널린 게 풀이고 겨울철에는 농사짓고 남는 볏짚을 먹였죠.”
그러던 중 IMF를 맞아 농업과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그는 축산업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축산업 역시 힘들기는 매한가지 였다. 시시때때로 오르는 사료 값과 떨어지는 한우 값,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그를 괴롭히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료 값과 한우가격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사료 값은 오르고 한우 가격은 떨어지고 있어요. 엎친데 덮친 격이에요. 나라 경제도 휘청이고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되고 있죠. 국내 한우시장의 위기에요.”
이 씨는 현 상황에서 축산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송아지 가격을 보조하기 위해 마련한 송아지생산안정제도의 보안대책이 시급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가 고시한 최소가격에 비해 산지가격은 50~60만원 낮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지급되는 생산안정금은 현재 17만원뿐이다.
“소를 키우면서 최고의 등급과 가격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어요. 현재 한우는 생산가에 비해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축산업을 포기할 수 없어 거세우시장으로 눈을 돌렸죠.”

거세우로 틈새시장 공략
“전국적으로 암소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어요. 하지만 거세우가 인기인 지역도 많죠. 그 사이를 공략하기 위해 거세우를 키우고 있어요.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씨는 현재 서울 가락동 농협공판장에 거세우를 판매하며 소득을 높이고 있다. 생후 6~8개월 사이에 거세를 실시하면 성격과 육질이 암소처럼 변한다.
거세우는 암소에 비해 조기출하가 가능하고 고기의 양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이씨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우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사료를 먹이고 있지만 사실 판매하기 전 잠시 먹이는 것 뿐이에요. 사료를 대신해 대부분 볏짚과 따고남은 버섯, 쌀겨, 옥수수가루, 깻묵, 콩비지 등을 섞여 먹이고 있어요.”
그는 지역 음식점이나 버섯재배 농가, 두부공장에서 버려지는 버섯과 깻묵, 콩비지 등을 가져다 소 먹이로 사용하고 있다.
이씨가 발품을 팔아 마련한 먹이는 사료 값을 절감 시키고 일반 사료에 비해 높은 육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게 했다.
“거세우는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해요. 그 이유는 요석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죠. 여름철에는 더위 탓에 물을 많이 먹지만 겨울철에는 수분이 필요한데도 잘 먹지 않지요. 그래서 소들에게 소금을 먹이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소들은 물을 찾게 되죠.”
그는 소들이 소금을 섭취함에 따라 요석을 예방하고 건강한 한우를 생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이기용 씨 약력
   용연2리 이장
   농촌지도자 당진군연합회당진읍 회장
   당진농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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