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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만난 사람 - 당진에서 두번째 설맞는 정창균 체리실로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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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어날 아기와 행복한 가정 만들 계획”

 전국적으로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다문화가정이 늘어감에 따라 각 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적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작게는 가정을 돌보며 한국에 대해 배우는 한편 크게는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사절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또 이중 일부는 원어민보조도우미로도 활동하고 있다.
 당진군건강지원센터 측은 당진군의 다문화 가정이 300여 세대에 이른다며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군내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을 맞아 당진군건강지원센터로부터 이주단지에 살고 있는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정창균, 체리 실로 부부를 추천받아 그들의 깨소금 나는 결혼생활과 한국살이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경 넘은 사랑, 결혼으로 이어져”
 충남 논산이 고향인 정창균 씨는 회사일로 인해 2007년 4월 당진으로 이사왔다. 아내인 체리 실로 씨와는 연초에 어학연수 차 갔던 필리핀에서 처음 만났고 정 씨가 한국에 온 뒤로는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점차 사랑을 키워 지난해 7월15일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마닐라 퀘존시 칼루칸시티가 고향인 실로 씨는 정 씨의 유머스럼과 특히 웃는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남편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언어가 서로 다르지만 서툰 영어로 얘기하면서 남편이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때는 결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괜찮은 남자구나라는 호감을 갖고 있던 정도?!”
 실로 씨는 어느 날 한국으로 돌아간 정 씨로부터 이메일을 받게 되었고 둘은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필리핀과 한국에서 사랑을 키워나갔다. 정 씨는 점점 실로 씨에게 매력을 느꼈고 고심 끝에 프로포즈를 시도했다. 정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청혼을 마음먹기까지도 힘들었지만 사실 제가 좀 아내보다 나이도 많고 필리핀이 아닌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 그게 좀 어려웠습니다. 또 느닷없는 프로포즈로 비쳐질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이메일로 청혼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남들처럼 멋지게 청혼하고도 싶었지만 쑥스럽기도 하고 해서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냈습니다.”
 이메일을 보낸 뒤 일주일동안 답장이 오지 않아 노심초사 했다는 정씨는 다시한번 실로 씨에게 연락해 결혼하고 싶다고 청혼했다고.
 “행여나 아내가 결혼하자는 말을 듣고 연락을 끊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일주일 뒤 연락해서 아내가 고민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선은 집안 식구들과 상의해봐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실로 씨는 부모님께 정 씨와의 결혼에 대해 얘기했고 부모님은 실로 씨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았다고 한다. 실로 씨는 “어머니가 제 얘기를 듣고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며 “어머니는 남편을 사랑한다면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문화는 서구적, 한국 문화는 동양적”
 정 씨가 필리핀 현지로 가서 실로 씨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실로 씨는 정 씨와 함께 바로 한국으로 올 수 없었다. 필리핀에서 서류문제 등 처리해야할 일이 남아 실로 씨는 몇 달 뒤 남편이 있는 한국으로 오게 됐다. 실로 씨는 필리핀에 있을 때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며 한국에서의 생활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연예인들 몇몇과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처음 한국에 와서 놀랬던 건 바로 날씨였어요. 필리핀과 달리 추운 날씨 때문에 적응하는데 힘들었어요.”
 하지만 실로 씨는 정 씨의 도움으로 한국 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정 씨는 실로 씨가 한국에 오고 첫 눈이 왔던 날을 잊지 못한다며 눈을 보고 무척 기뻐했다고 말했다.
 “아내가 눈을 보더니 이게 뭐냐고 그러더라고요. 눈이라고 했더니 필리핀에서는 눈을 볼 수 없다며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눈을 보고 나서 가족들에게 전화도 하고 사진도 찍어 보냈어요.”
 실로 씨는 날씨 외에 필리핀에는 자동차나 버스 외에 교통수단으로 지프니도 있고 트라이시클도 있지만 한국에는 전혀 없는 것에 놀라웠다며 매연도 없고 시끄럽지 않은 것이 필리핀 도시와의 큰 차이점으로 들었다. 또한 치안체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통체제가 다른 것도 있지만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정해서 밤에 혼자 다니거나 하면 무서워요. 한국의 큰 가게에나 있을 경비원이 필리핀에는 작은 가게에 까지 모두 있을 정도예요.”
 정씨는 여담으로 한국에 온 뒤 실로씨가 차를 탈대 마다 버릇처럼 자동차 문을 잠그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후에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필리핀 치안이 불안정하니까 차를 탈 때마다 밖에서 문을 못 열게 잠그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하더라고요. 얘기를 듣고보니 필리핀과 비교하면 한국은 치안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겠더라고요.”
 지난해 실로 씨는 처음으로 설을 맞아 한국의 전통명절을 정 씨의 가족들과 친지들과 함께 보냈다. 미국 문화, 천주교적 생활이 몸에 밴 실로씨는 이때 동양의 명절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중국식 명절인 줄 알았어요. 차례상도 차리고 초에 불도 붙이고 절을 하는 문화가 필리핀에는 없거든요. 작년에 설을 보내며 한국의 전통문화이고 설이 한국 사람들에게 큰 명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올해 두 번째 설을 맞이하는 부부는 설보다 3월에 있을 큰 일(?)로 더욱 마음 졸이고 있다. 바로 3월초 실로 씨가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지금 임신 8개월째입니다. 곧 출산도 다가오고 해서 이번 설은 아내와 둘이 조촐하게 보내기로 했어요. 또 2월에는 처제가 언니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올 예정이라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동생이 오면 한국의 겨울과 눈을 꼭 보여주고 싶다는 실로 씨는 2009년 희망으로 “큰 탈없이 순산하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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