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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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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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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윤동주의 서시다. 서시 중에서도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부분이 가장 좋다. 사람이 완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반성하고 사람답게 살다가겠다는 내 다짐이 이 시와 잘 맞는 것 같아 이 시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에는 많은 덕목들이 포함되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시대엔 부정한 돈을 멀리 할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최근 전직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확한 부분까지 알 수 없지만 수수한 돈의 대부분이 미국에 있는 자녀들 주택비용으로 들어갔다는 보도를 보면서 한국인들의 자녀사랑은 유별난 구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은 왜 그분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잘못을 떠넘겼는 지와 ‘나중에서야 알았다’는 식의 대답을 했는지 하는 부분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 정직이라고 가르친다. 지난해 자율학습감독을 하던 어느 날, 휴식이 끝나고 늦게 들어온 학생에게서 담배냄새가 났다. 학생들에게 나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실수는 만회할 수 있어도 거짓말을 하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기에 정직한 학생을 좋아한다. 매를 들지 않을 테니 담배 피운 학생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했더니 그 학생은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손을 들었다. 나는 그의 솔직함이 맘에 들었다.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고 자율학습 감독을 마친 11시에 그 학생의 곁으로 가서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는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거라.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끊도록 노력해보라고 말했다.
사람은 그릇에 종종 비유되곤 한다. 나는 시골학교의 교사로 작은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내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저 잎새에 부는 바람 팔할에도 괴로워할 줄 아는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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