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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09.11.09 00:00
  • 호수 785

[이원규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간사] 이주노동자도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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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8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산하단체인 의정부 녹양동 이주노동자상담소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충남 당진의 모 업체에서 일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했는데 보상 등에 문제가 있어 상담을 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담을 의뢰한 사람은 같이 일하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인데 피해자의 사정이 하도 딱해 보여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2007년 10월 31일 오전10시경 화학플랜트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피해자는 탱크용접작업을 하던 중 한국인 동료의 실수로 인해 가스가 폭발하여 전신에 끔찍한 화상사고를 입게 되었습니다. 화염화상32%(심재성2도 4%, 3도 28%) 안면부, 양손, 양다리. 사고후유증으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피해자는 근 2년여의 시간을 병상에 누워 자신의 몸에 엉겨 붙어 있는 병마와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에서 발행한 보험급여 지급 확인원을 살펴보니 이 사건의 사고경위가 왜곡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상담을 의뢰한 한국인 동료와 피해자인 T씨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밀폐된 탱크 속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이 일하던 한국인 동료가 산소를 틀어 놓은 것이 발화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근로복지공단에서 확인한 재해경위서에는 작업자 즉 피해자 T씨의 작업 실수에 의한 재해였다고 기술되어져 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작업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로 읽혀질게 뻔하니 말입니다.
당시 상담을 받던 저는 회사측이 자신의 관리소홀과 한국인 동료의 과실을 덮으려 했다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의욕이 앞섰던 것이겠죠? 저는 T씨에게 사고경위 조사부터 다시 진행해 보자고 말해 보았습니다. 사고 조사단계에서 작업자의 실수가 인정된 상태라면 보상을 받더라도 보상금의 수준이 현격히 저하될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다시 내용정리를 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노동력을 상실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주노동자의 산재에 적용되는 보상의 정도는 한국인의 것과 현격히 다르다는 것이 그를 설득해 보자는 욕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가 2년이 넘게 병마와 싸워오던, 지독히도 고국의 가족들이 보고 싶어 밤새 눈물짓는 여린 아버지란 것을 말이죠.
T씨는 너무 불안해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T씨를 빨리 출국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T씨와 전화통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들은 얘기는 모든 치료와 보상이 종결처리 되어 7월 7일에 고국으로 영구귀국을 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후....” 한숨만 절로 나오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T씨에게 적용된 최종판정은 장해등급5급, 장해보상금 46,00만원에 회사의 위로금 1천만원을 받고 평생 노동력을 상실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인에게 벌어진 일일지라도 회사의 귀책사실을 감추기 위해 극단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테지만 외국인, 그것도 한번 떠나면 그만인 사람 ‘이주노동자’라는 상황을 철저히 이용한다는 것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만이 눈앞을 가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떠나던 날 아침 그와 나눈 마지막 말만이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Mr Lee 감사했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T씨.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주세요.”
서울·경기, 인천, 경남에 이어 충남이 이주민 거주율이 가장 높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천안·아산에 이어 당진도 점차 이주노동자들의 취업률이 높아 가고 있는 이즈음 우리 주변에 조금은 피부색이 다르지만 똑같이 붉은 피가 흐르는 이주민들에게 따뜻한 눈인사 한번 건네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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