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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09.12.28 00:00
  • 호수 791

이제 우리를 편하게 해 주소서! - 이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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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철환 전 당진부군수, 전 충청남도 농림수산국장]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바쁘게 달려온 한해를 마감하며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해의 끝자락은 너무나 서글프다. 국가적으로나 지방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폭행하고, 파괴하고, 말잔치만 하고 싸우는 정치인들의 꼴도 그러려니와 원칙과 균형, 대화와 타협이 무너진 정부도 매한가지여서 민심은 떠난 것이다.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태가 되었으니 이들이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민족의 정기가 흘러 내려온 북한산 국망봉에서 이성계가 한양 땅을 내려다보고, 도읍을 정하면서 “경복궁”이란 궁궐을 지은 지도 6백년이 넘었다. 15세기엔 집현전 엘리트들의 웅지가 있었고, 18세기엔 영조와 정조의 규장각 문화가 있었다. 어떻게 정치를 하였기에 근세 세계의 역사에서 조선왕조가 한 체제로 519년 27대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
명나라도 270년, 청나라도 300년을 넘기지 못했으며, 일본의 도쿠가와 정권도 15대 250년으로 끝을 막았다. 조선의 5백년 왕조가 총칼만으로 지킨 것이 아니다. 오직 왕권과 백성 사이에 후덕정치(厚德政治)를 지향하는 마음씨와 제도와 문화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 근거가 888권의 “조선왕조실록”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세종은 경복궁의 경회루 옆에 초가삼간을 지어놓고 기거하면서 백성의 고통을 체험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국왕과 정승들이 백성을 가벼이 보지 않는 리더십이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시대 비루왕 9년에 왕은 어렵고 배고픈 백성들에게 먹을 곡식을 내렸다. 곤궁한 백성을 최우선적으로 보살피는 따뜻함이 왕도정치의 첫 거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백제의 역사를 공부하면 역대 왕들이 대부분 세금은 적게, 형벌은 가볍게 처리하여 주었고, 온조왕 때에는 50일간의 백성들을 보살피는 전국일주가 현장 민본정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민심이 돌아서면 나라의 정치고 경제고 안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사실들이 「중용」이요, 큰 정치라고 할 수 있기에 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 정치의 근본은 국민에 두어야 하고, 후덕한 정치가 백성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교훈이다. 요즈음 작태들을 보면 아주 국민들을 괴롭히는 일들만 골라하는 것 같다. 자기들 주장만이 옳으니 정쟁이 될 수밖에 없고, 법과 제도를 거스르니 국민들은 불안한 것이다. 중앙이나 지방 행정도 비슷한 꼴이다. 권력을 잡은 동안 이권에 끼어들어 부를 누리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주민들을 편안하고 잘 살게 하기 위해 감시와 비판의 권한을 주었어도 방향을 찾아야 할「더듬이」는 이미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그저 거두어들인 세금은 낭비하면 그만이고, 무엇이든 겉만 화려하게 포장하면 가려진다. 주민들의 재산이 동강나고, 더러운 쓰레기는 덮어씌우면 되는 모양이다.
이렇듯 위장 포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 나라와 국민들이 중병을 앓게 된다는 사실이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지방자치 선거의 해이다. 이제 국민들은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것이다. 사람다운 인물, 인성과 도덕과 청렴이 갖추어진 인물, 위장과 포장에 가려진 인물들은 골라낼 채비이다. 어떻게 하면 자기 분수를 알며, 겸허한 마음에 국민을 어려워할 줄 아는 인물들을 선택할 것인가를 꼼꼼히 따질 것이다.
새해 경인년은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는 배가 고파도 풀을 먹지 않는 지혜와 용맹이 있는 동물이다. 제발 온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지혜를 모으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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