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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만난 사람 - 이용사 경력 50주년 맞은 김진호씨] “아직도 마음은 이용사 꿈꾸는 13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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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된 단골손님 맞는 ‘청수장 이용원’

열세살의 어린 나이에 이용업계에 발을 들인 후 50여년을 이용사로 활동해온 이가 있다. 한 평생 이용업에 종사하여 자부심을 갖고 살아올 만큼 자신의 직업에 애착을 갖고 있는 김진호(63)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오늘도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청수장이용원의 문을 힘차게 연다.
그가 이용업계에 발을 들이기까지는 주변의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53년 6.25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전쟁 이후의 삶도 평탄하지 는 않았다. 삶의 터전은 황폐해졌고 보릿고개를 넘으며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그는 어린 나이에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고 아이스크림 장수에서 구두닦이 등 어린 나이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은 모두 해봤다. 가족들과 함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더운 여름철 아이스크림을 팔기 위해 목이 터져라 아이스케키를 외치며 합덕읍 운산리에서 송산면 성구미를 돌며 장사를 하고 겨울에는 한 개의 구두라도 더 닦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고.
“힘들었다면 힘들었던 시간이었죠. 하지만 당시는 나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이 힘들던 시기였어요. 악조건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희망을 잃지 않았고 모두들 열심히 살던 시대였죠.”

노력과 인내의 시간
가위를 잡는 오른손 엄지와 약지의 굳은살이 그의 50년 경력을 대신 말해준다. 만 13세가 되던 1960년. 그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이용사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거나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처음부터 기술을 배울 수는 없었다.
당시는 수도가 보편화 되어 있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물을 길어다 마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발소에서는 물이 많이 필요했고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중에 이용사가 다녀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공동우물에서 물지게에 물을 길어오는 일만 하루에 20~25회 정도는 기본으로 했고 물을 길어 나르는 일만 몇 해를 지속해야 했다. 그렇게 몇 해가 흐른 뒤에 손님의 머리를 감길 수 있었고 조금씩 가위와 빗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당시는 무보수로 일을 해야 했어요. 허드레 일을 하면서도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했죠. 당연히 집에는 돈 한푼 보탤 수 없었어요. 먹고 살기는 더 힘들어졌죠.”
김씨는 끼니를 거르며 일하기 일쑤였고 몸이 고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쓰러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용사로서 기술을 배워나가며 그는 당진읍 읍내리에 위치한 청수장 목욕탕 내부에 어렵게 이용원을 차리고 청수장의 이름을 따 ‘청수장이용원’이라 이름 지었다.

“내 몸은 손님들의 몸”
과거에는 이용원의 인기도 좋았다. 목욕탕 내부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 때문에 남자 손님들 밖에는 받지 못했지만 이용업계 전체적으로는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하기도 했다고.
“이용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 생각해요. 보다 진보하기 위해 기술개발 및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못했고 장발이 유행하면서부터 나태해지기 시작했죠.”
그의 말에 따르면 이용업계가 사향길에 접어든 가장 큰 이유로 변화하는 유행과 사회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특히 한순간의 돈벌이를 위해 퇴폐영업을 하는 이용사들이 늘어나 모든 이용업계가 오해를 얻고 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기 시작했다. 이용사협회에서도 쇠퇴해가는 업계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적합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김씨는 어렵게 손에 쥔 가위를 놓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기술과 직업인 만큼 큰 애착심이 그를 지금까지 지탱해 온 것.
“많은 손님들이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청수장이용원의 손님 90% 이상이 2~30년 단골들로 이뤄져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닌 걸요.”
‘내 몸은 손님들의 몸’이란 프로정신을 마음속에 새기며 이용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를 찾는 손님들 중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당진읍사무소 재무계장으로 정년을 맞았던 이수현씨는 항상 김씨의 손에 머리를 맡긴다. 그의 부인은 미용사로 직접 머리를 깎아준다해도 이씨의 대답은 항상 NO다. 또 35년간 단골이라는 유재명씨는 다른 곳에서 머리를 자르기를 두려워한다고.
김씨는 “멋진 이용사가 되고 싶은 열정을 아직도 갖고 있어요. 이용사로서 존경받고 싶은 그런 마음이죠. 이용사 양성기관에서 이용원에 대해 공부해 더 멋진 이용원 차리고 싶은 생각도 있죠.”
이용원에 책을 구비하고 독서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싶다는 그는 꿈을 이루고 한층 발전된 이용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김씨의 아내는 “이제와서 뭐하냐”며 질타가 이어진다지만 아직도 그는 이용사의 꿈을 꾸고 있는 13세 소년이다.

▶ 약력
 - 전 이미용사회 당진군 지부장
 - 전 이용사회 당진군 지부장
 - 전 충청남도 이용사회 감사
 - 현 당진성결교회 장로
 - 현 청수장이용원 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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