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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새마을운동당진군지회 사무국장] 처세적 두려움

이민선 새마을운동당진군지회 사무국장 당진시대l승인2010.07.13 21:56l(8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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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항상 뛰어놀던 논뚝길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뒹굴어 아랫논 수렁으로 곤두박질쳤다.
얼마나 깊은 뻘 수렁에 묻혔는지 그 뒤로는 도무지 정신이 없었다.
또래보다 머리하나 정도 컷기 때문에 살아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유난히 추운겨울이 지나고 꽁꽁 얼었던 논두렁이 따뜻한 봄볕에 녹아 흐물거리게 갈라진 것을 모른채 여느때처럼 마음놓고 달리다 그 지경이 된 것이다. 따질것도 없이 논뚝에 문제가 있었지만 전적으로 당한자의 잘못일 뿐이다. 균열된 것을 살펴보는 조심성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니 누굴 원망하랴. 얼마나 혼이 나갔던지 그 뒤론 그곳을 지날 때마다 오금도 저리고 웃음도 나왔다. 그때부터 봄철 논길을 걸어 갈 때는 유심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남의 일로 생각하는 친구들은 웬 겁이 그렇게 많으냐고 놀려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이 들고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아주 사소한 부주의로 일이 어렵게 되고 심지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지는 것을 적잖이 목격했기 때문에 조심성이나 두려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개념이 정립되었다.
알고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조심성이지, 막연한 겁이나 두려움은 아니다.
겁 없이 덤비는 것도 용기 일 때가 있고 만용 일 때가 있다고 본다.
좋은 일을 위해 정확히 알고 숙련된 솜씨로 일사천리로 나아가는 것과 앞뒤 안 가리고 막연한 기대로 밀어부치는 것은 분명히 구분이 된다. 두려움 역시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알기 때문에 변화의 수까지 헤아리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고심하는 것은 두려움이라기보다 조심성이다.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마음에 꺼려 무섭고 염려되는 심정은 소심하여 생기는 겁에 가까운 성격질환이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반문의 여지도 있지만 뒷받침 없는 만용은 아홉개를 성공해도 하나의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에 하나 치명적 실수를 했을 때 도움도 못주면서 조심하는 두려움에 대하여 조롱하고 만용을 부추기는 것이 또한 세상모습이기도 하다. 근래 우리사회와 주변에 겁도 없고 두려움도 없는 현상이 너무 많아 끄집어낸 말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가슴 아프다. 겁 없이 행동한 이와 그것을 방치한 이는 천칭의 균형을 이룬다. 저지른 자는 사법적 처벌이 따르지만 무관심속에 방관했거나 뇌동한 자는 도덕적 지탄을 면할 수 없다. 그래서 죄가 똑같다는 얘기다. 방치한 사람은 비난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한배를 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난에 앞장서는 이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 죄를 사하고 싶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한 고장의 공동체적 운명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도를 안전하게 정비하는데 힘을 보태고 무턱대고 안주삼아 말하기 보다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서로 잘못되지 않게 선의의 감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얼키고 설키는 과정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큰일 당한 후에는 아무리 애써도 사후 약방문일 뿐이다. 보통사람들이 매사에 조심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사람들은 조심성을 넘어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남에 대해 절대로 폐를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근세 사회연구 서적인 정약용의 목민심서 내용에 잘 표현되어 있다. 남을 위해 일하는 이(벼슬)는 마음에 두려움을 간직하면 허물이 적다고 했다.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백성을 두려워하는 것은 겁쟁이가 아니다. 크든 작든 다스리는 이는 권력을 갖게 마련이다. 그 권력의 속성은 두려움을 잊는다. 권력이 두려움을 모르면 그게 바로 비극이다. 진정한 두려움은 커다란 용기를 갖는 궁극의 힘이기도 한다. 두려움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 두려움에 맞서고 두려움을 알기에 미리 삼가고 조심하면 최고의 처세술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의 소란스런 것들이 모두 정리된 후 해맑은 분위기로 진정 두려움을 아는 벼슬아치를 존경하며 살아가는 두려움 많은 시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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