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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웃, 귀농인을 만나다⑤ - 순성면 백석리 신창대, 김금순 부부

도시에서 온 백발 부부의 진짜 농부 되기
“도시생활 경험 살려 도농교류에 보탬 되고파”
귀농한 지 2년만에 부녀회장, 매실영농조합 상근 근무까지
우현선l승인2010.08.20 19:51l(8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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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농업웅군이자 수도권과 인접한 당진으로 귀농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웃으로 당진에 뿌리를 내린 귀농인들을 만나본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당진 농촌의 생활을 알아보고, 귀농의 실태와 의미 나아가 농업의 미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군의 귀농정착지원 사업과 국내 선진지도 함께 소개해 귀농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시계 바늘처럼 반복되는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행복한 이야기만 꽃 피우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로움이 귀농을 꿈꾸게 하는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도시에서 살적보다 귀농한 후로 더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헌데 이들은 더 바빠도 더 행복하고 더 여유롭다고 하니 어찌된 일일까. 순성면 백석리에 정착한 지 2년 만에 아내는 마을 부녀회장을 맡아 보고 남편은 매실영농조합에 가입해 상근직으로 봉사하며 살고 있는 신창대, 김금순 부부를 만나 그들의 바쁘지만 행복한 시골 살이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 살적보다 더 바빠요”
신창대, 김금순 부부와 인터뷰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매 시간마다 인터뷰가 잡혀 있는 기자의 일정 탓도 있었지만 신 씨 부부의 일정도 못지않았다. 일주일에 이틀은 남편인 신 씨가 가입해 있는 매실영농조합 사무실에 상근하며 업무를 본다. 화요일에는 부부가 함께 수지침봉사단활동을 하는 날이고, 금요일에는 농업기술대학 초보농군반 수업이 있다. 작은 텃밭도 가꿔야 하고 많지 않지만 신 씨가 손수 일구는 논도 돌봐야 한다.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아내 김 씨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들 부부는 “바빠도 농촌 생활이 여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둘이서 열심히 풀을 뽑아요. 시골 사니까 풀이 어찌나 많은지요. 그리고 아침 먹고 나서 좀 쉬었다가 논 돌아보고 마을 일 챙기고, 요일마다 가야할 곳이 있으니 정해진 곳 가서 열심히 봉사하고... 서울보다 더 바쁘게 일해요. 그래도 맑은 공기에서 인심 좋은 이웃들과 농사지으며 사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나무'가 알려준 농촌 생활의 즐거움

서울 토박이인 아내 김씨와 달리 당진 대덕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줄곧 당진에서 나온 신 씨는 농촌생활이 늘 그리웠단다. 대학시절부터 쭉 서울에 살면서 50년 가까이 도시생활을 해왔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에 대한 추억과 향수는 늘 남아 있었다고. 이들 부부가 시골생활을 마음먹게 된 것은 ‘나무’ 때문이었다.  
15년 전 식목일, 난생 처음 나무를 심어보기로 한 부부는 나무 심을 장소를 고민하다 고향에 심자는 결론을 내렸다. 고향집 밭둑에 목련과 벚나무 몇 주를 심었는데 해가 갈수록 나무가 자라는 것이 눈에 띄게 표가 나더란다. 식물을 키우는 보람과 재미를 몰랐던 도시 부부는 보살펴 준만큼 해가 달리 성장해 가는 나무를 보면서 ‘농사의 기쁨’을 체험하게 된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까 나무들이 잘 자라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후에는 벚나무에 꽃이 피어나지 않겠어요. 어찌나 신기하고 즐겁던 지요. 그때부터 매년 식목일이 되면 고향집에 나무 심는 일이 연중행사가 되었어요. 그렇게 15년 동안 심은 나무가 1천 그루에 이르렀죠.”
나무를 보살펴야 하니 자연스레 고향에 내려오는 일이 잦아졌고, 농촌 생활에 익숙지 않던 아내 신 씨도 점점 시골 생활의 매력을 느껴가기 시작했다. 그사이 남편 신씨가 정년퇴직을 하게 됐고 귀향을 결심해 4년 전에 당진으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이사를 와서도 바로 농사를 지으며 농촌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당진생활에 익숙하긴 했지만 늘 아파트생활만 했던 아내 김씨는 단독주택 생활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2년 동안은 당진읍내 아파트에 살다 순성면 백석리에 둥지를 튼 지 이제 2년째다.
“처음에는 어둠에 익숙지 않아서 단독주택에서는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문 열고 나가면 전해지는 맑은 공기와 달밤에 뜰에 앉아 느끼는 운치를 즐길 줄 알아요. 도시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기쁨이죠.” 

“철저히 농촌사람이 되자는 마음으로”

신 씨 부부는 많지는 않지만 논농사를 짓고 있다. 이왕 농촌생활을 시작했으니 철저히 농사꾼이 돼봐야겠다는 생각에서란다.
“어차피 시골에 왔으니까 철저히 농부가 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논농사를 지어야 이웃들과 말이 통하고 어울릴 수 있겠더라고요. 때가 되면 못자리는 했는지, 비료는 어떤 게 좋은 지, 쌀값은 후하게 잘 받았는지... 대화가 통하고 뭔가 공유할 수 있잖아요. 논농사, 보통일 아니지만 농사짓기 잘했다 싶어요.”
신 씨 부부는 귀농인들이 초창기에 겪는 문화충돌을 극복하는 데에도 쌀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옛 풍습, 습관, 전통을 이어가며 이웃들과 협동해 살아가는 농촌 문화를 접할 적마다 앞으로 남은 생애 몸담고 살아가기에 좋겠다 싶은 생각이 더해진다고.
“생일이라고 이웃에서 아침식사에 초대를 했어요. 동네 반 식구들이 복작복작 모여서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데 얼마나 큰 정이 느껴지던 지요.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잖아요. 농사지었다고 말도 없이 양파도 가져다 놓고 가고 강낭콩도 한 소쿠리 먹어보라고 주고, 씨앗도 심어보라고 나눠주고요. 이런 게 시골 인심이구나, 새삼 느끼며 살아요.” 

“도시민들이 찾고 싶은 농촌 만들어야”

농촌 사람이 되려면 농촌 문화를 함께 나누고 경험해 몸에 자연히 배어야 한다는 신 씨 부부. 아내 김씨가 부녀회장직을 맡게 된 동기도 이웃들과 부딪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단다. 마을에서 하는 체조대회에 동참하게 되면서 마을 주민들과 인연을 맺어갔고 부녀회장직을 권유받았다. 내가 먼저 마을에 봉사를 해야 마을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어 부녀회장직을 맡았다고.
한편 남편 신 씨는 매실영농조합에 가입해 운영 상근자로 일하고 있다. 무보수로 하는 봉사지만 50년 가까이 대기업 경영자로 정년퇴임한 경험을 살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신 씨는 매실영농조합에 가입하고 거문들권역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농촌은 도시의 고향이고 어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농촌 인구가 점점 줄고 고령화되어가고 있어요. 지금 농촌에 있는 사람들이 도시에 사는 자손들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민들이 농촌에 와서 쉬면서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체험하게 해야 합니다. 서서히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게 해서 살아 숨 쉬는 농촌을 만들어야 해요.”
신 씨는 “매실영농조합과 거문들권역사업이 농촌과 도시민을 연계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골 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살게 됐어요. 50년 동안 도시민으로 살아왔으니까 도시민들의 생리를 잘 알잖아요. 그러니 도시와 농촌이 교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저는 나무를 심으면 나무에 자식들 이름, 손자들 이름을 붙여줘요. 자기 이름이 붙은 나무를 보려고 자식들과 손자들이 자연히 고향을 찾아올 테고 고향이 익숙해지면 농촌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도 자연스레 생겨날 테니까요. 농촌을 단순히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는 생산기지가 아니라 도시민들이 찾고 싶은 고향으로 만들어야 해요.”
 50년 가까이 도시에 살았지만 남은 생은 농촌에 살면서 도시민들이 찾고 싶은 농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힘들여 가꾼 농산물도 제값에 팔고 활기찬 농촌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것이 이들 부부의 소망이다. 

 


우현선  mirina16@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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