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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송산면 당산리 유교식, 김연순 부부
귀농인협의회, 농업기술대학, 수지침 봉사단 등 지역사회 활동
좋은 이웃과 함께 하는 찻집 ‘연지솔뫼’도 마련

-편집자 주 -
농업웅군이자 수도권과 인접한 당진으로 귀농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웃으로 당진에 뿌리를 내린 귀농인들을 만나본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당진 농촌의 생활을 알아보고, 귀농의 실태와 의미 나아가 농업의 미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군의 귀농정착지원 사업과 국내 선진지도 함께 소개해 귀농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려는지,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연지솔뫼’로 가는 길, 빗물을 머금은 숲길이 한층 더 운치 있다. ‘연지솔뫼’는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송산 당산리에서도 경치 좋은 아늑한 산자락 아래 자리잡고 있다. 서울토박이 유교식(63), 김연순(60) 씨가 도시를 떠나 지인들과 차를 나누며 여생을 보낼 마음으로 마련한 ‘연지솔뫼’에서 그들의 귀촌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토박이, 시골생활을 시작하다

유교식, 김연순 씨 부부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살았다. 그러니 경험해보지 못한 농촌 생활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공직에 몸담았던 유씨가 은퇴를 하자마자 두 부부는 ‘복잡하고 경쟁에 시달렸던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남편 얼굴보기도 어려웠어요. 도시에서는 늘 생존 경쟁에 찌들어서 살아야 하잖아요. 은퇴를 하고 난 뒤에는 조용히 살고 싶었어요.”
유씨도 “무엇보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좋다”며 아내의 말을 거든다.
어디든 차로 이동하고, 뭐든지 전화 한 통이면 배달되는 도시생활과 달리 농촌생활은 매일같이 풀을 메야 하고 내가 먹을 고구마며 고추며 심고 가꾸고 물건 하나를 사러 갈래도 몇십분씩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도시에서 살적보다 육체적으로 편한 것은 없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도시생활보다 덜 피로하고 행복하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
“서울에는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친구들도 있죠. 저도 도시생활할 때는 경쟁 속에서 살았죠. 그런데 이젠 그런 거 하나 안 부러워요.  다 버리고 내려와 보니 아등바등 사는 게 별 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욕심내지 않고 만족하며 사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이제 알아요.”
유씨는 “도시에서 은퇴한 사람들은 대개 등산하고 헬스장 다니고 남은 시간은 아파트 안에서 집 지키는 일로 시간을 때우기 일쑤지만 농촌에 살면 생활이 달라진다”며 “농촌에서는 얼마든지 할 일이 많아 일하는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풀 메고 텃밭 가꾸고, 숲 길 내고.... 찾아보면 농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공간 개념부터 소유권이 철저한 도시에서 무엇 하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유씨는 농촌에서 노년을 보내기에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일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귀농귀촌, 이웃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

농촌생활 이야기는 자연스레 이웃들과의 관계로 이어졌다. 부부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60년 가까이 살아온 문화와 생활방식이 다르니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고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부부의 생각이다.
“귀촌을 할 생각이라면 우선 토착화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토착민과의 관계는 한계가 있죠. 더군다나 귀농해서 농사짓고 살 생각이 아니라 전원생활을 하려는 귀촌인에게는 더욱 그래요.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혼자 살 수는 없는 거죠.”
아내 김씨는 1년간 마을에서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마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초상집 가서 일을 돕고, 이웃집 김장도 함께 하면서 주민들과 친분도 쌓고 마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어요.”
부부는 당진에서 함께 마음을 나눌 친구를 만드는 일이 행복한 귀촌생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선 시골로 내려오니 ‘외로움’이 가장 힘들더군요. 저는 책과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 종일 심심치 않게 보내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주변에 친구가 없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인간관계는 스스로 개척해야지, 누가 와주길 바라면 생전가도 친구 만들기 어렵죠.”
남편 유씨의 이야기다. “복잡한 도시생활을 접고 조용히 살고픈 마음에 농촌으로 내려왔지만 결국 행복한 농촌생활도 혼자서는 외롭고 힘든 법”이라는 뜻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니 무료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배우고 사람들을 만날 방법이 없는지 찾다가 농업기술센터를 알게 됐어요. 센터에서 운영하는 기술대학에 다니면서 다른 귀농인들을 알게 됐고, 그들의 소개로 또 다른 모임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이어갔죠.”
모임과 인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부부는 매주 화요일마다 수지침 봉사를 다니고 있다. 귀농인협의회와 나들이협회 활동도 빼놓지 않고 다닌다. 기지시성당에서 차량봉사도 하고 있다고.  
“좋은 일에 동참도 하고 봉사도 할 수 있어 요새는 당진에 내려오길 잘 했다 싶어요. 도시민들이 농촌에 내려와서 도시에서 인연을 맺었던 이들과 농촌을 연계하는 좋은 일도 할 수 있어요. 저도 동네 분들이 키운 농산물을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준 일이 있어요.”
부부는 귀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웃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귀농귀촌, 뜬구름 잡듯 생각하면 안돼요”

부부에게 선배 귀촌인으로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를 물었다. 이들 부부는 무엇보다 막연한 생각으로 무턱대고 내려왔다가는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나갈 수 있다는 말로 귀뜸을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이 가끔 저희 집에 놀러오면 부러워해요.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이며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서 사는 모습을 보고요. 하지만 막상 내려와 살자고 하면 말이 달라져요. 우선 문화시설, 편의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짓고 산다는 생각만으로 귀촌한다면 실패할 수 있어요.”
부부는 “처음 내려와서는 고생 좀 한다는 각오가 없으면 안 된다”며 “사람 사귀고 농촌생활 배우고 익힐 각오와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농촌생활에 정착하는 데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어떤 기관에서 귀촌귀농 생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또 무언가 배우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챙기고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웃과 차한잔 나누는 행복

부부를 만난 ‘연지솔뫼’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늑한 분위기가 멋스런 찻집이었다. 귀촌을 결심하고 준비할 9년전, 부부는 갑작스레 아들을 여위게 됐다. 아들을 잃은 두 부부는 아픈 마음으로 벽돌을 쌓았다. 벽돌 하나에 아픔 마음을 쌓고, 벽돌 하나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쌓았다. 부부는 손수 만든 집이 완성되어갈 무렵,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으리라.
“연지솔뫼는 장사를 하기 위해 만든 찻집이 아녜요. 잃은 아들을 그리며 우리 부부가 직접 만든 찻집이죠. 마음 좋은 이웃들과 차를 나누고 여생을 어우러져 보낼 공간으로 마련했어요. 그러니 찻값도 없어요. 대신 마음을 보태고 싶은 분들이 모금해주신 돈이 조금 쌓이면 아들 이름으로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부부는 앞으로 ‘연지솔뫼’에서 좋은 이웃들과 차를 나누면서 자신들의 힘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하며 살고 싶은 소망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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