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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275]밥상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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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은 수능 발표가 있던 날이다. 수능성적을 반영하는 수시모집대학들은 곧 합격자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이맘때쯤이면 공부에 시달렸던 학생들이 가족과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법도 한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고3 자녀가 있는 동료교사가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달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어머니 그동안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인사 전화를 받고는 너무 대견했다고 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그 학생이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꽤 괜찮은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수능발표가 난 날 아침에는 그 학생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도 가족끼리 식사를 할 때면 항상 아버지가 아이에게 어떤 주제를 놓고 대화를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도 수능이 끝난 뒤에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서적 이 십여 권을 직접 구입해 아들에게 읽도록 했다고 한다. 지금도 식사를 할 때면 대화의 시간 및 훈화의 시간을 갖는다 하는데 아빠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보통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공부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이 학생의 부모는 공부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고 한다. 또한 자녀의 뜻을 먼저 존중해 준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수능의 결과도 한의학과에 진학할 만큼 뛰어나지만 그동안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 다녔던 해외여행 탓인지 한 곳에 얽매어 생활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다른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대화 및 아빠의 훈화 한마디가 얼마나 아이의 성장과정에 영향을 끼칠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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