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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1.01.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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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고향의 강’ 사업, 4대강처럼 할 거면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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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 또래에게 당진천은 최고의 놀이터였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입술이 파래지고 온몸이 덜덜 떨릴 때까지 멱을 감았다. 물이 많을 때면 그물을 들고 피라미를 잡았고 건천일 때는 바위틈에서 붕어떼를 맨손으로 잡는 횡재를 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얼음을 지치며 놀다가 물에 빠져 울면서 집에 돌아온 기억도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당진천은 주민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존재로 전락했다. 여름철이면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하천바닥은 시커먼 속살을 드러냈다. 하천등급은 ‘등외’였다. 충남도 내 하천 등급 순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당진천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수 년 전에 비해 그나마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멱 감고 놀던 때와 비교할 수는 없다. 각종 축산폐수와 생활하수로 오염된 당진천이 이 정도로라도 개선된 것은 뒤늦게나마 하수종말처리장이 건설됐기 때문이다. 하수관로를 차집해 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하면서부터 당진천의 수질이 조금씩 개선됐다.
그런데 당진군은 당진천이 그나마 나아진 이유가 ‘자연형 하천사업’이라고 믿는 것 같다. 당진군은 얼마 전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는 2011년 ‘고향의 강’ 사업에 선정돼 2011년부터 3년간 총 200억원(국비 120억원, 도비 10억원, 군비 70억원)을 들여 하상, 환경정비와 산책로 조성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진천(순성면 성북리 ~ 송산면 금암리) 전체구간 12.9㎞ 중 2007년부터 조성한 자연형 하천 정비사업 구간 4.3㎞를 제외한 8.6㎞가 대상이다.
당진군은 지난해 자연형 하천 정비사업 완료로 지역주민의 여가와 휴식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며 당진천 상류와 하류에 대하여도 친수 공간 조성사업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당진군은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으로 당진천이 멱 감으며 뛰어놀던 예전의 ‘냇갈’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자. 지금 당진천이 멱 감으며 물고기를 잡던 예전의 ‘냇갈’인가. 그리고 당진천의 수질이 그나마 개선된 이유가 ‘자연형 하천정비사업’ 때문인가.
당진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의 주 내용은 산책로와 하중도, 친수광장, 바닥분수 건설 등이다. 수질개선 사업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굳이 들자면 하상주차장 철거 정도일 텐데 이마저도 사실상 자연형 하천정화사업과 관계없다. 어차피 수해로 인한 위험 때문에 철거가 검토됐던 시설이다. 결국 당진천의 수질이 이나마 개선된 이유는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때문이다. 그리고 수질개선 없는 자연형 하천사업은 불가능하다. 역한 냄새가 나고 거품이 떠다니는 하천에 친수시설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혹은 생태하천사업이라고 말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하천을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인공시설물 설치사업이었다. 심지어는 하천수량을 유지하겠다며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수를 상류로 펌핑하는 공사까지 추진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자연형’ 하천이 아니라 서울의 청계천을 모방한 인공 조경하천이다. 속마음 그대로 하천을 ‘자연’이 아닌 ‘인간’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고 싶다면 솔직하게 처음부터 ‘조경하천 조성사업’으로 명명해야 옳다. 하천에 콘크리트와 인공구조물을 덮으면서 ‘자연형’이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다.
그래서다. 필자는 당진군이 국토해양부의 ‘고향의 강’ 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당진군이 자연형 하천사업으로 당진천이 주민의 여가와 휴식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며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도 친수공간 조성 필요하다는 주장을 들으며 ‘자연형 하천사업’의 데자뷰(기시감)를 느낀다.
당진군이 정말 당진천을 우리가 어렸을 적 뛰어놀던 옛날의 ‘냇갈’로 만들 수만 있다면 적극 지지하고 동참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당진‘천’과 어울리지 않는 고향의 ‘강’이라는 이름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4대강 정비사업’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하고 국토해양부가 실시설계한 대로 또 다시 당진천의 나머지 구간을 인공구조물로 덮는다면 우리는 후손 대대로 원망을 들을 수밖에 없다.
당진천을 정말로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고 싶다면 아직도 미흡한 하수관로 차집을 완료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수, 우수 관로 분리공사를 조속히 끝내며 초기우수 처리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노력없이 진행하는 ‘자연형’, 혹은 ‘생태’, 혹은 ‘친수공간’ 등의 수식어가 붙는 하천정비사업은 모두 기만적인 조경하천 사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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