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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시계 자명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어대면 주섬주섬 수건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다.
나이 60이 다 돼서 길거리 청소부 일을 시작했다. 요즘말로 환경미화원이라고 부르지만 아직도 사람들 인식 속엔 길거리 청소부가 더 낯익을 것이다.
겨울엔 해도 뜨기 전이라 도로 위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두꺼운 점퍼와 장갑, 부츠로 무장하고 나서면 무서울 건 아무 것도 없다. 당진군민들이 깨끗한 아침 출근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동안 나는 당진군에서 웬만한 명예직은 두루 섭렵했다. 그런데 2002년 여름 교통사고가 일어난 뒤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몇 년을 병상에 누워 지냈고, 그 후로도 몇 년을 재활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건강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그리고 내 고향, 당진으로 돌아와 이 일을 시작했다.
‘직업은 귀천이 없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하찮아 보이는 일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 역시 그런 일에 속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일을 하고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내 나이 60.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노동의 땀방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 일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나의 보람으로 당진군민들이 깨끗한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 역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에서야 새삼 느낀 것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봉이 얼마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건강해진 몸으로 열심히 땀 흘리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얼굴에 웃음꽃이 지지 않는 나를 보며, 주변에서 이 일에 대한 인식도 점점 바뀌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도 동료로 함께 일을 시작했다.
내 나이를 바라보며 달려오는 후배도 있을 것이고, 이미 이 시기를 지나 저 앞을 먼저 달려가는 선배도 있을 것이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텔레비전을 보며 제때 밥 안준다고 타박하기보다 밖으로 나와 소일거리라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본다.
다시 젊음을 되찾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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