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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새마을운동 당진군지회 사무국장] 지난 겨울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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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 만에 가장 추위를 느꼈던 몇 개월은 날씨탓 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식생활과 국민영양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 돼지들과 함께한 슬픔이었기에 더욱 가슴 아팠다. 그래서 우리는 아팠던 만큼 성숙도 있을 것이라 기대도 해 본다. 한자로 구성된 구제역이란 뜻을 제대로 해석도 못하면서 초조하게 긴 겨울을 쩔쩔매야 했다.
직접 관계된 축산인들은 물론이요 온 주민과 모든 업종에 피해가 확산되었다.
천재지변으로 인식되는 이러한 재난에 형사적으로 책임질 일은 별로 없겠지만 어쨌든 축산농가, 지자체, 정부의 3단계 가운데 어느 한단계에서만이라도 제 정신을 갖고 책임감 있게 했더라면 과연 이 정도까지였을까 생각도 해본다.
전국 3백여만마리 살처분 매립에 우리 당진의 피해가 4% 가까이 되는 것은 우리 지역에 큰 불행이었다. 이 불행은 여기에서 마무리 짓고 이쯤에서 우리는 딱 두가지의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
그 첫째는 2차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관계법과 규정을 현실적으로 개정하고 상황대처 매뉴얼을 과학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2차 피해방지의 요점은 침출수 유출차단과 그로인한 악취, 잡병균 오염을 막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초의 기본 정부시행 규정대로 처리한 것은 해빙되기전부터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침출수 배출관과 외부 저장용기에 직접연결이 되지 않은 곳이 있는가 세밀하게 관찰 조치하고 가스배출관 중간에 EM등 친환경 생균제를 삽입해 악취를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아예 위험이 예상되는 매립지는 미리 침출수를 적당히 뽑아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본다.
또한 사회단체나 마을부녀회에서도 쌀뜨물 생균제 살포 등을 일상화하여 지하수, 하천오염 방지에 앞장선다면 내 주변 환경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의 관계 규정개정은 모든 집행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안전에 사소한 것은 없다. 아주 세밀하게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수많은 실수로부터 더 나은 삶을 배워왔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인류문명을 이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재난에서 학습효과를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너무나 많이 반복해 온 안타까움의 과거가 있다.
전염병은 연례행사이다. 사후처리보다 철저한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한다. 엄격한 축산허가제는 물론 전문화를 유도하는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구제역은 수해처럼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끝나는 재해가 아니다. 해당농가의 축산업 자체가 괴멸될 뿐 아니라 전혀 관계없는 주민까지 피해를 입혀 민심이 동요되고 모든 행정력이 마비된다.
그리고 소독을 철저히 하고 관리를 잘해서 살아남은 농가보다 엉성하고 방만하게 운영해서 살처분한 농가가 훨씬 이득이었다는 정서가 지금처럼 깔린다면 우리의 축산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법과 제도를 교묘히 파고들어 이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현상도 없애야 한다.
그러므로 관계법령 정비는 다시 올 수 있는 재난을 막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천재지변에 대한 대응은 민방위훈련을 수 십년 해온 우리에게도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지난 겨울의 상처속에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지만 밝은 빛도 보았다.
대규모 살처분 매립장에 관계자들이 추위에 떨면서 분투하고 있지만 정작 축사주인은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는게 보통이지만 관내 어느 법인농장에서는 매립은 물론 침출수 관리까지 스스로 해오고 있다. 또한 아시아 48개국중에 가축전염병 보도를 자유롭게 하는 나라가 여섯나라인데 우리 한국이 포함된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의 자긍심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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