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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290] 화장실 청소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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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인가 화장실 청소를 용역회사에 맡긴 이후부터 학교가 무척 깨끗해졌다. 그렇지만 청소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다소 회의적이었는데 이젠 복도까지 아주머니의 손을 빌어 청소를 한다는 생각이 오직 학생들을 공부쪽으로만 몰아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 모습을 보고는 수업 중 잠든 아이들을 깨우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당부를 했다.
학생들에게는 할머니뻘 될법한 나이이신데도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공부에 열중하라고 독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복도를 나오면서 인사를 드리면 수줍은 듯 인사를 받아주시는 모습이 남같지 않다.
나의 외할머니께서도 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이화여대에서 청소 일을 하셨다는 말씀을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고 실제로 대학교정 안 잔디밭에 앉아 계신 모습을 희미한 사진으로 확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고 3이 되면 학생들이 머리를 빡빡 밀어 결의를 다지기도 하고, 자율학습이나 특강 반을 편성할 때도 전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린다. 특강을 할 때는 가급적 외국 유명 인사들의 연설문이나 명문장들을 복사해주고 외우게 하는데 장문도 20분 안에 빠르고 정확한 발음으로 외우는 학생들을 통해 나는 큰 보람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감을 가진다. 암기를 완벽히 한 학생들에겐 인센티브로 피자를 사주기로 미리 약속을 했었다.
교육적으로 어떨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준다는 생각에 시도했는데 어떤 아이들은 내 호주머니 걱정까지 해주기도 한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특강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한결 마음이 상쾌하다. 마틴 루터 킹의 웅변원고 등을 버스 안에서 누가 보든 상관 않고 중얼거렸던 중3 시절의 추억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공감이 되고 실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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