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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농민들과의 합작품입니다' - 합덕 광야산업 김석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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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뺌 도랑치는 기구’ 처음 제작, 전국에 선풍 일으켜
합덕 광야산업 김석환씨
“농민 위해 벌써 나왔어야 할 제품”
값싼 농기구 소외 현실 안타까워


지난해 ‘물뺌 도랑치는 기구’를 처음으로 제작 시판해 전국에 명성을 날린 광야산업 김석환씨. 김씨는 광활한 합덕들판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협조와 자극(?)이 이 제품을 만들어낸 직접적인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물뺌 도랑치는 기구’는 농민들에게 골칫거리 중의 하나인 ‘도구치기’를 손쉽게 해결해준 농기구다. 농민들은 벼 수확전 도복이나 병충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논바닥을 말리는 작업을 하는데 그동안 마땅한 도구가 없어 삽으로 논에 물고랑을 만들어 물을 빼냈다. 이렇게 1만평을 작업하자면 닷새는 족히 걸린다. 그러나 김씨가 제작한 농기구를 쓸 경우 혼자서 오전 작업만 하면 거뜬히 도랑을 칠 수가 있다.
배가 물살을 가르는 원리를 적용해 만든 ‘물뺌 도랑치는 기구’는 끌고만 가면 되기 때문에 나이 든 노인이든 여자든 손쉽게 작업할 수가 있다. 즉 노동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이 제품을 만들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컸다고 김씨는 말한다.
“당진쌀농사연구회 이진규 회장님을 비롯, 마을 이장님, 작목반원들이 시험해 보느라 수도 없이 논바닥을 끌고 다니셨죠.”
그래서 지금 시판하는 제품이 21번째 모델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논흙이 달라 붙지 않도록 여러차례 교정하는 등 연구와 땀을 쏟았다.
심혈을 기울인 만큼 농가들의 반응은 가히 선풍적이었다. 지난해 각종 매스컴을 통해 김씨의 제품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문의와 주문이 쇄도해 시기적으로 늦게 시판에 들어갔음에도 1천여개를 공급했다고 한다.
농업관련 기관에서도 주목했다. 김씨의 제품은 농기계 무역전시관에 출품되기도 했으며, 각지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제품을 농민들에게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25일 김씨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에도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침이 마를 정도예요. 샘플을 보내달라는 곳만도 1만군데가 됩니다.”
그러나 김씨는 마냥 신이 나는 것만은 아니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떼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내보낸 고철만도 트럭 몇대분은 될 겁니다.”
무엇보다 자금회전이 더딘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한다. 물론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발명특허를 낼 경우 1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특허를 받으려면 2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작년에 수해가 나지 않았습니까. 농민들에겐 당장이 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김씨는 발명특허 대신 실용신안 등록을 내어 본격적인 시판에 나섰다.
한국중공업, 대우조선 등에서 잘나가는 용접공이었던 김씨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다는욕심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합덕으로 내려왔다. 농기계수리와 창고를 제작하는 일을 해오다 고향에 내려온지 꼭 10년만인 지난해 ‘물뺌 도랑치는 기구’를 만들어 낸 것.
김씨는 이 발명품이 큰 돈을 벌어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그러자면 생산비를 낮추고 대량생산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현재로선 수작업으로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는 실정. 대신 김씨는 자신의 발명품이 노령화 된 농촌의 노동력을 덜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 제품은 벌써 나왔어야 할 제품이예요. 값비싼 대형 농기계는 갈수록 첨단화 되고 있지만 정작 농가들이 일상적으로 필요로 하는 값싼 농기구들은 퇴보하거나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죠.”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농기계 회사들도 결국 자본의 논리를 따라간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농민들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작은 농기구를 만드는 일에 앞으로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씨는 밭에서도 가능한 물뺌 도랑치는 기구를 고안 중에 있다. 밭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명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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