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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명소
  • 입력 2011.05.27 18:17
  • 수정 2016.02.03 21:41
  • 호수 862

성북리를 그대로 담은 아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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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피고 지는 꽃과 나무, 자연 속 사색의 공간
박기호, 구효숙 작가 부부의 10년 걸작, 세상에 나오다

 

“오늘 바쁘세요? 미술관에 놀러 와요. 꽃이 너무 예쁘게 폈어요. 지금 봐야 해요.”
전화기 너머 박기호 작가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 있다. 이제나 저제나 목을 빼고 기다리던 반가운 전화다. 초대의 반가움은 비단 당진에 들어서는 최초의 사립미술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1년 전, 아미미술관 개관 소식을 접한 뒤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남정네도 아닌데 숫처녀를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발을 들이지 못할 것도 없지만 꾹 참았다. 선뜻 오라고 하지 않는 박 작가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꽃 피는 봄, 가장 아름다울 때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언제나 완성된 ‘최고의 미’를 선보이고픈 작가답다. 하지만 정작 박기호 작가는 개관을 일주일 앞둔 지금 “미술관은 미완성된 작품”이라며 “평생 만지작거려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유동초교가 아미미술관이 되기까지


6월4일 구 유동초등학교가 아미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다. 아미미술관은 당진출신 서양화가 박기호 작가와 그의 아내이자 설치미술가 구효숙 작가가 10년 넘게 공들여 만든 대작이다. 당진에서 나고 자란 박 작가는 당진초, 당진중을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갔다. 이후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로 유학생활을 떠났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입국한 그는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고향 당진을 찾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길을 지나다 폐교된 유동초등학교와 마주치게 됐다. 18년 전 일이다.
고향에 작업실을 마련한 뒤 박 작가는 작품활동에 매진하며 겨울마다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던 중 덴마크 루이지아나 미술관에서 처음 아미미술관 개관을 마음먹게 됐다.
“루이지아나 미술관은 장고항 같은 바닷가가 있는 미술관이에요. 미술관을 둘러보는데 눈물이 뚝뚝 흐르더라고요.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내 고향 당진 바다에는 공장이 생기고 있는데 덴마크에는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구나 생각하니, 당진에도 미술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자연 담은 미술관 
박 작가는 여행에서 돌아와 10년 넘는 시간에 걸쳐 아미미술관을 손수 만들었다. 그의 말마따나 “유동초등학교라는 캔버스에 아미미술관이라는 그림”을 그린 셈이다. 나무의자 아래 핀 꽃 한 송이까지 아미미술관에 박 작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어느 것 하나 한번에 완성된 건 없다. 미술관 돌담도 박 작가가 하나씩 돌을 올려 쌓은 것이다.
아미미술관은 화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꽃과 나무가 많다.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계주를 하듯 연이어 제철 꽃이 피어난다. 벚꽃이 지면 양귀비가 피고 양귀비가 지면 장미가 피어나는 식이다. 종류도 다양해 한 번에 십여 가지 꽃들이 핀다. 박 작가는 미술관을 만들 때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성북리에 어울리는 미술관, 자연과 호흡하는 미술관, 미술관이자 사색의 공간을 고민했다.
“무엇도 더하고 뺄 수 없을 것 같은 화려한 미술관을 먼저 접하면 자칫 질리거나 반감이 생길 수 있어요. 지역의 작은 미술관을 드나들며 훈련이 되면 큰 미술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될 거예요. 아미미술관은 지역주민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겨서일까, 푸른 자연 속에 묻힌 흰벽의 아미미술관은 유럽의 수도원을 연상케 한다. 1학년부터 6학년 교실로 쓰였던 공간은 그대로 전시장과 작업실, 준비실로 만들어졌다. 바닥도 옛 학교 나무 바닥 그대로다.
유치원으로 쓰였던 곳은 만남의 장소로 추후 카페를 마련할 예정이다. 교장의 사택이었던 한옥은 박 작가가 가장 아끼는 공간이다. 아담하지만 한국의 멋이 그대로 살아있는 한옥은 아내 구효숙 작가가 지역 여성, 다문화가정 주부들과 함께 바느질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6월4일 개관식 초대전 <시차전> 박 작가는 초등학교에 미술관을 만들면서 자연히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청소년부터 주부, 전문가까지 미술교육의 공간으로 미술관을 활용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작가는 현재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이들과 함께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린이미술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그는 미술관에서 다양한 미술관련 교양프로그램과 초중고 미술실기대회, 다문화가족 문화예술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술적 재능은 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에도 미술관을 활용할 계획이다.
아미미술관은 개관식 초대전으로 <시차전>을 연다. <시차전>은 박기호 작가를 비롯해 80년대 파리에서 유학했던 화가들의 모임이다.
초대전이 막을 내린 뒤에는 박 작가의 국내외 소장품이 상설 전시되며 1년에 몇 차례 초대전과 기획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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