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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심훈 선생 막내아들 심재호, 공동경작회 후손들을 만나다 "소설 <상록수>, 공동경작회 역사가 살아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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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 부곡리 노인들, 공동경작 회원들 확인, 증언 이어져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둔 지난 9일, 심훈 선생의 셋째아들 심재호 씨가 필경사를 찾았다. 출향인은 언제든 고향을 찾으면 가슴 한 켠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치솟는 법이다. 더군다나 바다 건너 미국에 살며 늘 아버지 심훈과 상록수를 그리며 사는 그에게 필경사는 마주할 적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고향집 마당이다. 심재호 씨가 옛 시절을 회상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털털털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 한 대가 필경사로 들어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여~ 안 죽고 살아 있으니 이렇게 만나네~”
“미국서 여까지 왔다는데 와야지 암만, 이제 꼬부랑 할배 다 됐구먼~”
심재호 씨가 한 눈에 알아보고 반기는 이는 지장현(78) 씨다. 두 사람이 어린 시절을 들추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김운군(76) 씨와 부곡리장 김교순(68) 씨가 곧이어 도착했다.
네 사람은 필경사 벤치에 앉자마자 공동경작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동경작회는 필경사에서 쓰인 심훈의 대표작 ‘상록수’ 속에 등장하는 농촌계몽운동 조직으로 송악 부곡리 마을 사람들로 이뤄진 실존 모임이었다. 심재호 씨가 먼저 운을 띄웠다.

 

 


“여기 필경사에 심훈기념관을 짓고 심훈의 유품을 모두 기증할 거야. 내가 미국에서 유품을 다 가지고 왔는데 그 중에 공동경작회 어른들이 다 모여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어. 그걸 심훈기념관에 전시할 거야. 여기에 아직도 그분들의 자식들이 살고 있잖아. 바로 여러분들이 주인이 되는 거지. 공동경작회에 참여했던 어른들 기억하지?”
심 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 사람이 앞 다퉈 말꼬리를 이었다. 공동경작회에 참여했던 이들의 구체적인 이름과 당시의 에피소드, 그 후손들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번에 당진시대에 사진이 났을 때 봤어~ 보니까 다들 누군지 알겠더구만! 우리 어릴 적에 활동하셨던 분들이잖어~”
“그려~ 그 중에 심화섭 씨 아들이 재우 아냐?”
“맞아, 재장이가 지금 오십팔은 먹었지?”
“김운형 씨는 내가 많이 따라서 사진을 보니까 대번에 알겠더라고. 근데 최홍석이여 최홍식이여?”
“만수 아버지 말하는 거 아녀? 동네에서는 홍석이라고도 부르고 홍식이라고도 했었지!”
“안병영 씨라고 유일하게 부곡리 아닌 월곡리 사람도 하나 끼어 있었어!”
“어찌됐든 경작회에는 당시에 부곡리에서 유식한 분들은 모두 들어가 있었어!”
“그때 경작회에서 논 너마지기를 도지 얻어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었어. 그러면서 농촌계몽운동도 하고 그랬었지. 공동경작회 뒤를 이어서 우리가 잠깐 공동경작을 계속하기도 했었어.”
네 사람은 부곡리 마을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을회관에는 마을 노인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회관에 모인 사람들 모두는 공동경작회 단체사진 속 인물을 한 사람씩 확대한 사진 앞에 모여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사진 속 공동경작회원들은 모두 마을 노인들의 삼촌이나 아버지뻘이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았던 이들로 옆집 아저씨였고 친구 아무개의 삼촌이었다. 마을 노인들은 흐려진 기억을 더듬어 사진 속 공동경작회원, 옛날 동네 어른들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그들의 증언은 사전에 심재호 씨가 알고 있던 것과 대부분이 맞아 떨어졌다. 소설 상록수가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활자에 갇힌 이야기는 공동경작회 주인공들을 기억하고 있는 후손들로 인해 살아있는 역사임이 새삼 재확인되었다. 
심재호 씨는 부곡리 마을 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공동경작회 주인공을 확인하고 후손을 찾아 심훈기념관 건립 시 중요 전시물로 게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심재호 씨는 지난 8월말 심훈기념관 기본운영계획 연구용역을 위해 입국해 당진에 머물고 있다. 현재 심재호 씨는 미국 심훈기념관에 전시됐던 심훈 선생의 육필원고 4천여 점을 당진에 가져와 연구용역 자료로 제공했다. 교수, 소설가, 시인 등으로 구성된 연구용역팀은 올해 중으로 심훈 선생의 유품 4천여 점을 정리, 연구하고 심훈기념관 기본운영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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