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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력연구소를 가다 | 지역 특성 살려 1억 버는 농민 키워 “생산에서 가공, 유통, 관광까지 영역 확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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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건국헌법의 지방 자치에 관한 규정에 따라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6.25전쟁과 군부 독재 정부에 의해 지방자치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후 1988년 지방자치법의 개정과 함께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됐고, 1995년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한 지방차지 실시 이후 16년이 흐르는 동안 5차례 선거를 거쳤고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방자치가 지역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보고 완전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취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규모보다는 품질이 우선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시작됐다. 위기에 빠진 농촌을 구하기 위해 전국 농가에 막대한 양의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하지만 농업경쟁력 하락을 막지 못했고 농민들은 빚이 늘고 생산의욕은 꺾였으며 불만은 늘어만 갔다. 수입개방에 맞서 농촌을 지키려는 노력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할 마음이 없는 아이에게 고액 과외를 아무리 시켜도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스로 목표를 세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그에 따르는 노력 없이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농가가 주도하는 지원사업 통해 1억 소득 창출
신발에 발을 맞추는 방식보다는 발에 신발을 맞춰야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나 지자체가 정한 정책에 농민이 따라가기 보다는 농민이 필요한 곳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이뤄질 때 제대로 된 효과가 발휘된다. 함양군의 ‘1억 버는 농민 100명 만들기’ 사업은 소규모 지원으로도 큰 성과를 이끌어 내 주목을 받았다.
농민이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필요한 지원 사항을 정해 행정에 요구하면 심사위원이 가능성을 판단해 지원하는 식이다. 박상일 지역활력연구소장은 “행정에서는 전문가를 통해 진행 과정을 지원하는 멘토 역할을 맡았다”며 “함양군은 3년간의 지원사업을 통해 1억 이상 소득을 올린 가구 195농가를 키워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품질을 키워야
지금까지 우리 농촌은 규모를 키워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농촌 문제에 대한 토론에서도 항상 제기되는 문제는 소규모 농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박상일 소장은 “실제 고창군 복분자 마을의 농가 소득을 조사한 결과 5만평 이상의 농장을 갖춘 곳보다 1만평 이하의 소규모 농가의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며 “넓은 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일꾼을 고용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농사는 양질의 복분자를 생산하기 힘든 반면 가족농 중심의 소규모 농가는 수련된 기술과 정성을 통해 높은 품질의 복분자를 생산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의 소비 패턴은 가격 중심에서 맛과 영양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락동 도매시장을 통한 유통량보다 홈쇼핑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하는 거래량이 더 많은 상태다. 게다가 직거래 시장의 규모가 한 해 20% 정도씩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가족농이 자리하고 있다.
박 소장은 “시장의 규모와 마을 형태가 다른 서구의 대규모 농장 방식을 쫓기보다 우리 현실에 맞는 적합한 농업 양식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규모를 키우기보다 품질을 키워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만으로는 소득 창출에 한계
과거 농산물을 고르는 기준은 가격에 있었다. 조금이라도 싼 물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가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가격보다는 맛과 영양을 보고 농산물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대규모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에서 생산품 품질 향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으면 헛수고다. 농산물이 생산량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한 점을 감안하면 판로 확보의 중요성은 다른 산업에 비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농민들은 물건을 만드는 데만 치중할 뿐 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때문에 농산물 생산 때 물 한 방울 주지 않은 유통업체가 물건을 가져다 파는 것만으로도 힘들여 생산한 사람보다 더 큰 이득을 누리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유통업체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농산물을 포장 가공해 유통하고 농촌체험 등 관광과 연계시켜야 소득이 보상되는 시대다.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를 살펴보면 생산에 그치지 않고 직접 판로를 개척해 유통까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비롯해 홈쇼핑, 마트, 장터 등 농산품 거래를 위한 경로는 다양하다. 그 중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방식은 생산자와 직접 마주하고 교류하는 형태다. 박 소장은 “주말농장 등을 통해 직접 생산 과정에 참여하거나 농촌 체험 등을 통해 맺어진 단골 관계가 가장 단단하고 질긴 관계”라며 “소비자와의 스킨쉽을 통해 신뢰가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를 겪은 나라인 만큼 도시에서 생활하는 대다수 시민들이 농촌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 박상일 지역활력연구소 소장

“1년 중 실제 농사짓는 날은 60일”

박상일 지역활력연구소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농촌이 가야할 길”이라며 “단일 품목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1가지 품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은 위험도 높을 뿐더러 수익률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업농의 경우 한 해 일하는 시간을 따지면 60일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죠.”
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쌀의 경우 평당 수익이 약 2300원 정도다. 인건비와 생산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20~25% 정도인 점을 감안해 연소득 4000만원을 올리려면 3만평 정도를 농사지어야 한다. 결국 대량생산은 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박 소장은 “지역에 맞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주변 농가들과 힘을 합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가공과 유통뿐 아니라 농촌 관광과도 연계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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