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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22년간 불 끄러 다닌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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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산불 지킴이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원’
평상시 산불 감시, 화재 발생 시 진화에 참여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2011년 4월5일 식목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원 김순철 씨는 여느 때처럼 동료 대원들과 순찰을 돌고 있었다. 차를 타고 당진의 크고 작은 산을 둘러보고 있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고대면 옥현리에 산불 발생!”
김 씨와 동료 대원들은 이내 차를 돌려 옥현리로 향했다. 김 씨가 도착했을 때는 밭두렁에서 시작한 불이 산으로 번진 상태였다. 건조한 봄바람에 불은 순식간에 나무를 태우고 번져갔다. 소방헬기가 출동해 큰 불을 잡고 난 뒤, 김 씨와 동료 대원들은 당진소방서 대원들과 함께 잔불 진압에 나섰다. 나무 타는 연기가 뿌연 산에서 한참 잔불을 끄며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느라 정신이 없는데, 무전이 울리기 시작했다. 당진읍 사기소리 이배산에서도 산불이 났다는 연락이었다. 옥현리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1시간반 만이었다.
김 씨를 비롯한 산불감시원들은 조를 나눠 이배산으로 출동했다. 소방헬기가 3대나 추가로 출동했지만 삽시간에 번져가는 산불을 잡기란 쉽지가 않았다.
“이배산은 산이 높고 험한 악산이라 소방호수를 들고 산을 오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옥현리에서 한 차례 진을 뺀 뒤라 더 힘들었지요. 산림축산과 직원들이 사다 준 빵과 우유만 먹고 늦은 밤까지 산을 헤매고 다니며 불을 껐어요. 당진에는 철탑들이 많아서 해가 지고 나면 위험해서 소방헬기도 더 이상 진화를 할 수 없거든요.”
지난해 4월5일 고대면 옥현리와 당진읍 사기소리 이배산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산불로 임야 3ha가 불에 탔다.  김 씨는 “산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번지기 때문에 진압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산불로 인한 손실이 엄청나서 다시 푸른 산을 만들려면 50년 세월은 족히 걸린다”며 산불 예방을 재차 강조했다.

“산불복구, 반세기 넘게 걸려”
김 씨는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원이다.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한 17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생활 5년을 합하면 22년 동안 산불을 끄러 다녔다.
김 씨는 당진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했지만 하루 종일 티셔츠 한 장 팔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시장 재개발은 수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생계가 막막해 진 김 씨는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봉사활동으로 해왔던 소방 일을 업으로 삼기로 했다. 맨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아미산을 물통을 짊어지고 약 1km를 뛰어야 하는 선발 시험을 1등으로 통과해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에 뽑혔다. 방화관리자 2급도 취득했다.    
평상시에는 산불진화용 차량으로 대원들과 조를 나눠 예찰활동을 하지만 산에 불이 났다 하면 낮밤 가리지 않고 출동이다. 당진시에는 산불감시원 30여 명과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원 20여 명이 있는데 읍면사무소 소속인 산불감시원은 예찰활동만 하지만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원은 화재 시 직접 진화에 나선다. 화재라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사고’인데다가 농촌에서는 저녁 무렵 농가에서 지핀 불로 산불이 나는 경우가 많아 퇴근 시간인 6시 이후에 출동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에 비해 보수는 넉넉지 않다. 게다가 야간에 출동해 밤새 산을 헤매며 불을 끄고 받는 근무 외 수당은 4천원이다. 이런 이유로 대원들의 평균 연령은 60세 전후다. 그래도 대원들은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산림축산과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어서 보람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우리 대원들이 건의해 위험하고 어려운 선발 시험은 없애달라고도 했어요. 60세에도 일할 수 있으니 행복하죠.”
김 씨는 “봄과 가을철에 허위 신고가 많아 출동을 했다가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허위신고는 자제해 달라”며 “농촌에서 콩깍지 같은 농부산물을 소각할 때에는 반드시 읍면사무소에 전화해 신고를 하고 소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고 없이 소각했을 때는 최하 20만원, 최고 2천만원의 벌금을 내거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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